가치를 인정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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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희. 춘강근로센터 사무국장/수필가
내가 만난 첫 자기 계발서인 스티브 코빈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은 ‘소중한 일 먼저 하라’고 조언했다. 세 번째 습관으로 제시된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는 긴급함이 아니라 중요성을 기반으로 업무 우선순위를 정하고 자신이 정한 목표 성취를 돕는 계획을 세워는 것. 그리고 우선순위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제시하였다.

이 책을 1994년에 접했으니 참으로 오래도록 되새겼음에도 여전히 급한 일에 매여 있는 나를 본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 이것만 처리해 놓고’라며 습관처럼 중요한 일을 뒤로 미루고 급한 일에 재촉당하며 살아가는 요즘이다. 하지만 우리는 반복되는 실수를 통해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중요한 일을 먼저 하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길임을 체득하였다. 무엇이 중요한 일일까. 중요한 일은 소중한 일과 동일한가. 오늘 나는 소중한 일의 의미를 ‘가치’에서 찾고자 한다.

가치, ‘어떤 사물·현상·행위 등이 인간에게 의미 있고 바람직한 것임을 나타내는 개념’이라고 사전은 정의한다.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데 가치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한 사람이 나고 자라는 성장 과정을 통하여 형성되고 정착되기에 가치는 ‘역사적 산물’이며, 동시에 각자의 존재 조건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가 각별히 유념하여야 할 것은 개개인의 가치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제2공항 건설. 관광제주의 미래를 위하여 매우 중요하며 시급한 일이라는데 이견을 둘 도민은 없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항 예정지인 성산읍지역 주민들과 당국 간의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주민들이 입지 선정 과정에 ‘주민 수용성’이 고려되지 못하였음을 주장하며 비민주적인 절차를 성토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이미 접했다. 제주해군기지 입지 선정과 관련하여 강정주민들과의 갈등 해소는 오늘까지도 미제(未濟)임을 주목해야 한다.

제주도가 지난 13일 성산읍 현지에 ‘공항확충지원본부 특별지원사무소’를 개설하였다. 진정성을 가지고 지역주민과 무한 소통을 하겠다는 의지 표명은 반가운 소식임이 분명하다. 다만 공익을 앞세워 희생을 강요하는 행정 주도의 일방적인 소통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오지랖 넓은 나의 기우다. 실향민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면 우리의 가슴은 먹먹해진다. 그들은 댐 건설로 수몰된 고향을 못 잊어 댐의 언저리를 돌고, 두고 온 이북 고향이 그리워 임진강변을 끊임없이 바라본다. 저들에게 그 땅의 가치는 부모이며 형제인 것이기에 그리도 오랜 세월 마음 깊이 붙들고 있는 것이리라. 성산읍지역 주민들에게도 제2공항 부지는 그런 의미가 아닐까.

서귀포지역 모 인사의 “피해지역에서 수혜지역으로, 수혜지역을 넘어 특혜지역으로”라는 표현은 적절치 못하다. 그의 의도는 충분히 전달되었을지 모르나 우리가 해야 할 보상이 저들이 조상들과 함께했고 자식들과 함께 해 온 그 땅에 대한 것이며, 천직으로 여겨 온 농업에 대한 것이기에 ‘충분한 보상’의 의미는 좀 더 신중해야 하리라.

공항건설이라는 중요하고 급한 일을 진행하기에 앞서 주민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에 대한 가치가 인정될 때 진정한 소통의 물꼬는 틜 것이다. 지역주민들에게 무엇보다 가치있는 것을 상실함에 대한 위로와 공익을 위한 희생에 대한 감사를 제주도민은 표현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잃어버린 가치를 어떻게 채워줄지에 대해서도 같이 고민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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