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고된 삶 살았던 백성들 군역은 더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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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수군 5일마다 근무...양반을 제외한 남성에 군역 부과
   
▲ 조선시대 복장을 갖춘 군인 모습

조선시대 봉수제는 평상시 한 번, 적선이 나타나면 2번, 해안에 접근하면 3번, 상륙하면 4번, 접전을 벌이면 5번의 횃불이나 연기를 올리는 오거법(五擧法)을 채택했다.

이 역할은 백성들의 몫이었다. 25곳의 봉수와 38곳의 연대에는 감관(監官) 1인을 두고 인근에 사는 백성 10여 명을 봉수군로 차출했다.

감관은 봉수군의 임무를 감시하던 임시 벼슬이다. 매번 3명이 병기를 소지해 밤낮으로 정찰을 했고 5일 만에 교대했다.

당시 전라도에서는 1개월마다 근무를 서는 반면, 제주는 5일 단위로 근무해 군역이 매우 힘들었다.

김상헌의 남사록(1601년)을 보면 조선시대 제주사람들이 군역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알 수 있다.

자료에는 당시 제주 인구가 2만2990명(남 9530명·여 1만3460명)인데 군인은 전체 인구의 32%인 7444명으로 기록됐다. 군역을 지지 않는 양반을 제외하면 모든 남자가 군인인 셈이었다.

서울대 규장각에 소장된 제주삼읍군제(濟州三邑軍制)는 1880년대 제주의 군사와 봉수·연대의 상황을 알 수 있다.

당시 제주 3읍성(邑城) 군사는 군관(軍官) 499명과 군병(軍兵) 1만3272명 등 총 1만3771명에 달했다.

군제를 보면 농한기에 무예훈련을 받았던 양인과 천민으로 편성한 속오군(束伍軍·지방군)과 아병(牙兵·대장 휘하 직속 부대), 마병(馬兵)이 있었다. 속오군은 지금의 향토예비군으로 보면 된다.

또 치총(稚摠·성문을 지키는 우두머리 장령), 유직군(留直軍·성 안을 지키는 군졸), 방포수(防砲手·포나 총을 쏘는 군졸)를 뒀다.

성곽 방어를 맡은 수비부대인 성정군(城丁軍)은 조선 후기에는 13살 이상 의무적으로 군적(軍籍)에 둔 이들을 일컬었다.

조방장(助防將)은 군 사령관인 제주목사를 도와 적의 침입을 방어하는 장수로 관할 지역에서 무예를 갖춘 군관이 맡았다.

조방장은 성장(城將)을 겸임했는데 오늘날 전투경찰부대인 제주해안경비단 대대장(경감)으로 보면 된다.

17세기 후반 숙종(1661~1720) 때 작성된 것으로 우리나라 군적부(병적기록부) 중에서 시기가 가장 오래된 제주속오군적부(濟州束伍軍籍簿)가 2000년에 발견됐다.

속오군 구성은 정병(正兵), 공노비(侍奴), 사노비(私奴), 의생(醫生) 등 다양했다. 나이는 15세에서 59세까지 편입됐다.

군적부는 군 소속을 비롯해 나이(年)·부모(父)·출신(係)·거주지(住)·키(長)·얼굴색(面)·수염(鬚)·주특기(藝) 등 개인별 신상을 낱낱이 기록했다.

예를 들어 3대(隊)에 소속된 공노비 정신(丁申)은 33세로 아버지는 칠금(七金), 출신은 제주, 거주지는 도근(지금의 외도), 신장은 4척(146㎝)으로 기록됐다. 그리고 주특기는 창(創)을 잘 사용한다고 나왔다.

특히, 병사들의 얼굴은 얼굴색과 수염, 흉터, 사마귀 유무 등 자세히 묘사됐다.

이처럼 노비까지 신상 파악을 세세히 해가며 부과했던 군역은 녹록치 않았다.

제주 동부지역 최대 군사기지였던 별방진(현 구좌읍 하도리)을 1702년(숙종 28년) 순시한 제주목사 이형상은 “밤에 군사훈련을 할 때 장대(將臺)에서 호각소리를 내면 남녀노소가 지체 없이 몰려와서 방어의 면밀함을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 별방진을 보수하는 축성 공사 중 흉년이 들어 부역한 장정들은 인분까지 먹어가며 쌓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조선시대 제주사람들은 군역뿐 아니라 온갖 노역을 감당했다.

그 중 가장 꺼렸던 일은 진상을 위해 미역을 따던 잠녀(潛女), 전복을 잡던 포작(鮑作), 말을 기르던 목자(牧子), 귤을 키웠던 과직(果直), 이들 진상품을 운반하는 뱃사람 선격(船格), 관청의 땅을 경작하던 답한(畓漢)이었다.

이들의 역을 ‘6고역’이라 일컬었을 정도였다. 18세기 후반에는 6고역에 아병·성정군·유직군 등 하위 군병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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