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이 없이 사라지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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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제주펜클럽회장
집안에 갇혀 학대당한 16㎏ 아이로 신문지면과 TV 화면이 들썩거렸다. 친부에 의해 굶주림과 구타, 체벌에 시달렸던 어린이는 여러 차례 구원의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신고하지 않아 지옥 속에 지낼 수밖에 없었다. 과다하게 빚을 진 아버지가 빚쟁이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얄팍한 수단으로 학교에 보내지 않고 가두어 길렀을 뿐만 아니라 잔악한 방법으로 보육하여 사회를 놀라게 했다. 또한 살해한 아들을 토막을 내어 40개월이나 숨겼던 부모가 잡혔으니 놀라움이 크다.

교직에 있다 보면 자주 사라지는 학생들을 만나게 된다. 가정에서 교육을 시키는 홈스쿨링이나 불법 유학, 대안학교, 종교교육, 한문서당 등의 이유로 장기결석을 한다. ‘7일 이상 결석을 하면 2회 이상 전화와 가정방문으로 독촉을 하거나 경고를 하고 나서 거주지의 읍·면·동의 장에게, 중학교는 교육장에게 각각 통보를 한다. 읍·면·동장 역시 2회 이상 독촉이나 경고를 하고 교육장이 교육감에게 지체 없이 보고를 해야 한다. 초·중학교의 장은 3개월 이상의 장기결석한 학생은 학칙에 정하는 바에 따라 정원 외로 학적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들어 있다.

학교의 장이 행정기관인 읍·면·동사무소로 학생의 불출석을 통보를 하지 않으면 3년마다 실시하는 행정감사에서 경징계를 받게 된다. 그래서 학교는 징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정과 주민 센터로 통보를 하고 흔적을 남긴다. 그런데 주민센터에서 처리결과를 통보해 주어야 하지만 지금까지는 유야무야로 덮어지고 말았다. 아무도 그 책임을 따지지 않으니 학교는 정원외 관리로 징계에서 벗어나고, 읍·면·동사무소(주민 센터)는 학생이 사라져도 관심이 없으니 학대당하고 죽임을 당하는 어린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며칠 전 신문에서 실종아동을 처리하지 않은 주민센터 직원을 징계한다는 기사를 보며 앞으로는 사라지는 아이들 관리가 잘 될 거라는 예감을 가져본다.

행정기관은 의무교육을 처리해야 하고 학교는 위탁을 받아 교육을 시키는 기관이다. 입학통지서를 읍·면·동 사무소에서 발급하는 게 그런 이유다. 몇 년 전에 사라진 학생에 대한 공문을 보내도 통보가 없어 전화를 걸었더니 업무가 바빠서 알아볼 수 없었다는 답변을 들은 적이 있다. 공문이 갔으면 공문으로 그 결과를 알려줘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주민센터가 하는 일이 많고, 수사권이 없는 주민센터 직원들이 사라진 아이를 찾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니 담당 직원을 체근하는 것도 별 의미가 없는 일처럼 여겨진다. 그렇게 해서 발생한 사건이 16㎏ 아이의 출현이고, 40개월 행방불명 후 죽음으로 발견된 아이이니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교에서 사라지는 학생들에 대한 관리가 좀 더 세밀하게 이루어질 듯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홈스쿨링을 하거나 종교교육을 시키는 건 부모와 학생들의 자유가 아니다. 기존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구제할 수도 있지만 학교와 상의하고 보내야 한다.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고, 학교나 관청은 건전한 국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교육여건을 만들고, 교육을 시킬 책임이 있으니 흔적 없이 사라지는 아이들을 내버려두어선 곤란하다. 가정폭력이나 인권유린에 시달릴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서로 책임전가로 날을 보내지 않도록 모두 나설 때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말이 있다는데 우리 국민 모두가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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