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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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前 탐라교육원장/수필가
흔히 축구공을 둥글다고 한다. 언제든지 이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4년마다 월드컵 경기가 열린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세계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라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월드컵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세계인을 하나로 응집시켜 주는 거대한 축제가 되었다. 인종과 언어를 초월하여 축구공 하나로 소통하는 세계 공동체의 동질적 문화 행사로서 이보다 더한 것이 있으랴 싶다. 그래서인지 축구 경기가 있을 때마다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나라가 들썩거리고,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몇 전 년 모 신문 특종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브라질 월드컵 예선이 있던 날, 기세등등하던 일본이 코트디부아르에 역전패 당했다. 예상치 못한 패배에 그들은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심정이었을 게다. 그럼에도 바다 건너 먼 곳까지 간 많은 응원 팬이 관중의 빠져 나간 경기장에 남아 쓰레기를 말끔히 치웠단다. 자칫 흥분해 돌출행동으로 흐를 수도 있었는데 차분함 그 자체였다. 경기에는 졌지만 양심은 버리지 않겠다는 의식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던 같다. 외국 언론들은 ‘매우 특이한 풍경’이라는 찬사를 보탰다.

다음 날 한국과 알제리전의 경기가 있는 날, 광화문광장에는 이른 새벽부터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대형스크린 앞에 모여들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주심의 호루라기 소리가 길게 울려 퍼지자 붉은 악마들은 목청껏 응원을 펼쳤다. 마치 나라가 떠나갈 듯 ‘필승! 코리아’를 외쳤다. 그러나 아깝게 패하고 말았다.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인 채 쓸쓸하게 운동장을 빠져나갔다. 소리 높여 응원하던 관중들도 맥없이 떨어지는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응원했던 자리에는 버려진 쓰레기만 바람에 나뒹굴고 있었다.

환경미화원들이 뒤치다꺼리에 나섰다. 축구를 다 같이 즐기고 응원하는 문화도 좋지만 ‘부끄러운’ 양심이 참 안타깝다고 몇몇 시민들이 말끝을 흐렸다.

“좀 더 멋진 시민의식을 갖고, 비록 알제리전은 패했지만 남은 경기 열심히 응원합시다!”라는 현수막만이 그 빈자리를 허탈한 표정으로 지키고 있었다.

경기는 승리할 수도, 패 할 수도 있다. 승리하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그러나 패하는 것에도 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어느 한 팀은 패할 수밖에 없다는 게 순리다. 그런 이치에 순응하는 삶, 그게 바로 진정한 삶이 아닐까 싶다.

요즘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 달성에 이어 세계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 제주도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환경 보물섬이란 말에 걸맞지 않게 쓰레기 배출량이 전국 1위라 하니 여간 씁쓸한 일이 아니다.

제주시에서는 올해 쓰레기 처리 난에 대해 내년 10월 봉개매립장 포화와 맞물려 2018년 환경자원순환센터가 완공될 때까지 쓰레기 감량과 분리 배출 실천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그러나 아무리 강조하고 좋은 정책이라 해도 시민의 협조와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다. 주민의식이 절실한 때다.

제주 고유의 이사풍속인 신구간이 시작되었다. 이때가 되면 기다렸다는 듯 쓰레기와 대형 폐기물을 무단 투기하곤 한다. 나만 편하면 된다는 생각보다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할 만큼, 아직도 우리는 비문화적인가. 쓰레기는 버리되 양심은 버리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우리가 무심코 버린 불법쓰레기가 언젠가는 부메랑 되어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지 않을까 두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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