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과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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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창. 신학박사/서초교회 목사
지금으로부터 5년 전 2011년 3월 11일본의 후쿠시마에서 원전 사고가 일어난 얼마 후에 우리나라 곳곳에서 그들을 위한 모금 활동을 벌인 적이 있었다. 우리 동네 구청 마당에서도 모금행사가 열렸는데 TV를 통해 중계된다고 했다. 공적인 장소에서 말을 잘못했다가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았던 시기여서인지, 동네 교회 목사들이 나에게 그 일을 맡겼다. 혹시 TV 카메라 앞에 서게 되면 당신이 알아서 무슨 말이든지 하면서 그들이 모은 모금을 전하라고 했다. 그들이 염려하던 대로 TV 카메라가 나에게서 멈추더니, 어려움을 당한 일본 사람들을 위해서 무언가 한마디를 하라고 했다. 그 때 나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전쟁이나 지진이나 홍수 같은 큰 어려움이 휩쓸고 어느만큼 시간이 지났을 때, 예전보다 훨씬 더 좋아진 나라들이 있다는 말을 했다. 전쟁 이후 베트남은 우리가 잘 모르는 사이에 경제적으로 급성장했다. 우리나라 역시 일제시대와 6·25를 거친 후에 급부상해온 경험이 있다. 태평양 전쟁 이후 주저앉았던 일본은 얼마 후에 세계적인 강대국으로 부상했던 경험이 있다.

큰 재난이 닥치면 당장에는 많은 피해가 생기면서 커다란 상실감에 빠지게 된다. 그렇지만 어느만큼 시간이 흐르고 회복과 재건이 시작되면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일거리가 많이 생겨날 수 밖에 없고, 상거래가 활기를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사회 전반이 예전보다 훨씬 더 나아질 수 있다. 그런 일이 일본 사람들에게 일어나게 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하면서 모금을 건넨 적이 있다.

당장 전쟁이 일어난 것은 아니고 커다란 폭발 사고나 쓰나미가 온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판단하기 어려운 그러니까 해결책을 구상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어려움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듯하다. 국내 정치 경제 상황이 그러하고 남북관계의 어려움도 더 깊고 복잡해졌다. 미국과 중국 사이 그리고 일본과의 관계도 더 어려워졌다. 우리를 대표하고 대신해서 앞장서야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입지에만 전념하는 듯하다.

그래서 당장에는 염려와 상실감이 크게 느껴진다. 이런 기간이 꽤 오래 지속될 듯하다. 그렇지만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우리는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려고 함께 애쓰게 될 것이다. 언론은 어둡고 복잡한 정치로부터 미래와 희망으로 관심을 들려야만 할 것이요. 어두운 늪을 헤매던 종교단체들도 자신의 사명을 의식해야만 할 것이다. 가식과 거품이 잦아들면서 과도한 화장을 벗은 진실한 얼굴의 소중함을 외치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되어갈 거라면, 현재 우리 앞에 다가온 깊고 어두운 구름도 조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대할 수 있을 듯하다.

어려움 자체보다는 염려와 두려움이 더 큰 문제였던 적이 많았다. 시대적인 염려와 두려움을 정치적 기회로 악용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었다. 미래와 희망에 대한 생각없이 염려와 두려움만 지닌 마음이 정치적 선동이나 혹세무민의 종교에 악용되어온 경우가 수없이 많았다.

제주도가 고향인 나는 어려서부터 비행기를 많이 타야 했다. 짙고 어두운 구름 속을 날아가는 비행기는 구름을 보면서 길을 찾는 것이 아니다. 이미 정해진 목표를 향하여 짙은 구름을 헤치며 날아가는 것이다. 하늘을 향해 이륙하려는 비행기는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마주보면서 달려가야 한다. 바람을 향해 달리는 동안 마주쳐오는 바람이 비행기를 공중으로 들어올리기 때문이다. 목표와 방향을 정하고나서 어두운 구름과 마주치는 바람을 대하려는 자세가 어느 때보다 더 강조되어야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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