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중동백과 냉동식품의 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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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부 교수>

이번 폭설은 인간의 행동반경을 제한했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 곰, 북극 땅 다람쥐 등은 체온과 대사량의 저하를 지탱하면서 수 개월 동안 삶을 영위한다. 인간은 이들을 전혀 흉내 낼 수 없다. 인간은 영하 3℃ 하의 폭설에도 외부와 단절된 조그만 섬에서 견디기 위해 몸부림한다.

 

 붉은색으로 단장하고 열정적 자태로 보이던 동백꽃이 눈옷을 입었다. 눈옷에는 고드름까지 매달려 있다. 이 정경이 왠지 안쓰럽다. 이 눈옷을 빨리 벗겨주고 싶다.

 

동박새는 이 매서운 눈보라 속 동백꽃, 설중동백(雪中冬柏)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동박새는 자연 속에서 삶의 질서를 터득하고 있다. 그리고 이 눈옷은 한파에 동백꽃을 보호해주는 의복이다.

 

경건함과 신비로움에 접근이 조심스러운 설중 복수초는 이번 한파에 어떤 모습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복수초는 노루귀의 안부가 궁금할까? 이들도 자연의 섭리 속에 강인한 삶을 영위하고 있을 것이다.

 

이들은 아무런 조건도 없이 동토에 생명의 봄을 움트게 하고 있다. 엄동설한에 침묵의 나무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눈옷을 벗기고 생명의 봄을 움트게 할 수는 없다.

 

설중 복수초와 노루귀도 환경에 적응하며 대지를 가꾼다. 복수초는 복수초답게, 노루귀는 노루귀답게 꽃이 핀다. 이들 꽃이 핌으로써 봄의 들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이들은 고민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의 봄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창조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식과 정보가 필요하다. 동토의 해동과 달리 냉동의 해동에는 지식이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

 

어는 것은 온도를 빙점 이하로 강화해 액체상태 물질을 고체 상태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고기와 채소는 냉장고에 넣을 때 이미 고체 상태이다.

 

냉동 하면 그 속의 물이 작은 얼음 결정으로 결빙하고, 이 때문에 음식 전체가 굳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해동은 작은 얼음 결정을 액체 상태로 녹이는 과정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합리적으로 얼음을 용해할 수 있을까? 물론 고체를 가열하면 녹는다. 바꿔 말하면 냉동식품을 빨리 녹이는 방법은 뜨거운 물질과 접촉하는 것이다.

 

전자레인지 속의 가열된 공기가 좋은 예일 수 있다. 이것을 이용하면 열이 속까지 침투하기 전에 벌써 겉이 익기 시작할 수 있다. 역시 인위적 해동은 동토의 해동과 동백꽃의 눈옷을 벗기는 것과는 판이하다.

 

실내 공기도 냉동식품을 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열을 함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이용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미리 녹은 겉 부분에서 박테리아가 번식할 위험성이 내재한다.

 

물을 이용해 해동시킬 수도 있다. 물 분자들은 공기 분자들보다 훨씬 가깝게 접촉하고 있어 열을 더 잘 전달한다. 그래서 통닭이나 통 칠면조도 물통에서 해동시킬 수 있다. 이 방법을 이용할 때는 약 30분마다 물을 갈아주면 훨씬 더 효과적이다.

 

냉동식품을 두꺼운 냄비 혹은 프라이팬에 그저 올려놓으면 효과적으로 녹일 수 있다. 두꺼운 금속일수록 열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다. 물론 코팅이 잘 되어 있는 프라이팬은 별로 효과가 없다.

 

이런 원리는 금속이 모든 물질 중에서 열 전도성이 가장 큰 결과에 기인한다. 금속은 서로 부딪치는 분자들보다 에너지를 더 잘 전달하는 무수히 많은 자유전자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결과를 적용하면 스테이크처럼 납작한 식품이 먼저 해동되는데, 이는 금속부분과 접촉 면적이 넓기 때문이다. 물론 덩치가 큰 냉동식품은 물속에 넣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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