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힘 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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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 제주국제대 교양학부 교수

탁구, 당구, 테니스 등과 같이 손목이나 팔을 이용하는 운동은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다.

운동하는 폼도 어설프고 본인이 원하는 대로 공이 움직여 주지 않는다. 어깨에 힘이 실리면 몸과 마음이 경직되어 유연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탁구는 살아 움직이는 공을 다루는 운동이어서 라켓과 공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공은 엉뚱한 곳으로 도망가 버린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라켓과 공이 화합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탁구의 고수들은 초보자들에게 어깨에 힘 빼라는 주문을 하지만 그리 쉽지 않다.

공자는 ‘마음이 있지 아니하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고 하였다. 반복하여 고수들은 어깨에 힘 빼라는 주문을 하지만 하수들은 들리지 않는다. 날아다니는 공이 눈으로는 보이지만 마음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초보자들은 본인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지 못한다. 하수이기 때문이다.

자연의 원리는 어디든 통하는 점이 있다. 우쭐 거리며 과잉행동 하는 사람들에게 ‘목에 힘준다’고 비난하는데 근본적으로는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목에 힘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말하는 것 같다.

속이 비어있는 고무풍선의 현상이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분명 하수이다.

늠름한 모습으로 광화문을 지키고 있는 이순신 장군은 결코 거만한 모습이 아니라 우리들에게 믿음을 주는, 하수가 아닌 고수의 넉넉한 모습이다. 장군의 당당한 어깨의 모습을 흉내내려면 그의 내면적인 것부터 배워야 한다.

헛바람으로 장군의 어깨모습을 자신의 어깨위에 올려 놓는다하여 장군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 역시 하수이며 주위의 조롱거리가 되어버린다.

언젠가 육지에 있는 결혼예식장에서 지금도 잊지 못할 황당한 일을 경험한 적이 있다.

주례가 입장하더니 신랑, 신부하객들이 각각 어느 쪽에 앉아 있는지 점검을 한 후 하객들에게 서로 반대방향으로 자리를 이동하라고 한다. 자리를 바꾸느라 순간 예식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작은 소리이지만 하객들의 입에서는 분노가 섞인 불평이 쏟아져 나온다.

자리이동이 끝난 후 주례선생은 “지금까지 전해 내려온 신랑, 신부하객들의 좌석의 위치는 틀린 것이니 앞으로는 지금의 바뀐 방향으로 알아 두세요”라고 아주 근엄(?)하게 말한다. 순간의 황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가령, 그의 주장이 정설이라 하여도 신랑, 신부 하객들의 좌석방향이 바뀐 것이 무엇이 문제이며, 방향이 바뀌면 예식진행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그리고 지금까지 전해오는 하객들의 위치가 잘못 되었다는 용감(?)한 이론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그의 어깨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최근, 4월 총선을 앞두고 예비후보들이 어깨띠를 두르고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그들이 두른 어깨띠의 의미는 어깨에 힘 빼고, 국민들과 지역주민들을 위하여, 바른 마음으로 일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싶다.

이번 총선에서는 어깨에 힘주지 않을 정치인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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