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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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영주야, 중학교에 진학하면 친구도 많이 만나고 운동도 열심히 해야 돼.”

“선생님, 고맙습니다. 앞으로는 게임도 덜 하고 열심히 공부할게요.”

지난 2월 4일의 일. 국토 최남단 마라도의 가파초 마라분교에서 이 학교 유일한 학생 김영주 군과 오동현 선생님의 마지막 수업이 1시간가량 진행됐다.(제주新보, 2월 5일자)

뒷날 졸업식 후, 마라분교는 1년 동안 휴교에 들어갔다. 학생이 없다. 1958년 개교 후 58년 만의 일이란다. 이번 졸업한 김 군은 이 학교의 90번째 졸업생이다. 학생 1명과 교사 1인의 이색적인 졸업식은 흔치 않은 일이다.

마라도는 국토 최남단에 떠 있는 섬으로 해양도립공원이다.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게 1883년의 일. 3세대가 이주했는데, 척박한 섬에 먹을 게 없어 해산물로 연명하다 농사를 지을 양으로 울창하던 삼림에 불을 놓았다는 것. 그런 바람에 여태 뱀과 개구리가 살지 않는다는 전설 같은 얘기가 전한다.

세계 해도에 표시된 등대가 있고, 섬 전체를 뒤덮다시피 한 천연잔디가 찾는 이들의 눈 맛을 돋운다. 해안이 가파른 절벽으로 자연풍광이 수려하고, 벵어돔과 감성돔이 잘 잡히는 바다낚시터로도 널리 알려진 곳. 30여 가구에, 어업에 종사하는 80여 명 주민이 살고 있다.

마라분교는 독특한 교육활동을 펼쳐 온다. 도서지역 학습도우미가 돼 주는 전·의경의 도움으로 월·수·금에 영어와 컴퓨터반이 운영돼 몇 명 안되는 학생이지만, 학습활동을 크게 도와 왔다.

또 지난 2011년 12월 23일, 특별한 프로그램이 운영된 바 있었다.

‘최남단 마라도 가족사랑 학예발표회’란 이름으로 전교생 2명이 7명의 관객 앞에서 학예회를 열었던 것.

개교 30년 만의 일이라는데, 리코더·피아노·장구 연주·영어연극 순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동화 같은 얘기다.

제주新보에 실린 사진 속의 마지막 수업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학생용 책상 두 개를 맞대고 앉은 김 군과 오 교사.

개인지도를 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겨 가슴 뭉클했다. 교육애가 사제지간에 개울로 흐르는 것 같았다.

마라도는 ‘국토 최남단’이라는 상징성을 지닌 섬이다.

외로운 섬에 학교가 없으면 삭막하다. 학교는 마을을 지탱하는 기둥으로 그 핵심이다.

마라분교가 학교 통·폐합이라는 위기에 처해 있으니 딱하다. 폐교를 막으려면, 섬이 사람이 살고 싶은 마을로 거듭나 단 한 가구라도 유입해야 한다. 마라도는 의당 ‘학교가 있는 풍경’으로 남아 있어야 할 곳이 아닌가.

지난 2월 4일, 첫 휴교를 앞두고 이뤄진 마지막 수업은 학생과 교사, 두 사람에게 평생 잊히지 않을 추억이 될 것이다.

오 교사는 “한참 자라야 할 때 친구를 사귀지 못한 게 걱정이지만, 제주시내에 있는 중학교에 진학한 후에 더욱 올바르게 자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내년 신입생 1명이 예정돼 있다 하니, 천만다행이다. 한두 명이라도 이어져 학교가 문을 닫는 일만은 없었으면 한다.

“후배가 있었으면.” 이번에 졸업한 김 군의 말이다.

휴교하는 마라분교의 쓸쓸한 교정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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