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포럼] 파리잡이 거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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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따스운 어느 날.

나무로 만들어진 마루나 담벼락에 거미의 모습이 보인다.

크기는 10㎜ 정도. 색깔은 회색계통.

살금살금 가다가는 멈추고, 또 살금살금 기어간다.

30㎝ 앞에 목표물인 파리가 있기 때문이다.

거미는 때론 뱀같이 상대방을 압도하는 킬러 같다.

결국 거미는 파리를 낚아채고는 어디론가 가버린다.

이 거미는 거미줄을 만들지 않고 직접 사냥에 나서는 거미로 보인다.

예전에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었던 장면이다.

그러나 지금은 좀처럼 볼 수가 없다.

사람들에게 유해한 파리를 없애는데 한 몫을 했던 이들 거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파리가 많은 곳에 이 거미를 풀어 놓으면 파리의 개체수가 적어지면서 파리로 인한 나쁜 영향은 줄어들 것인데 말이다.

이 뿐인가.

친척집에 제사 먹으러 가다보면 길가 옆 밭 위로 은하수처럼 펼쳐진 반딧불이의 무리가 기억난다.

그 무리가 곡선을 이루며 펼치는 군무는 장관이다.

반딧불이 하나하나가 별처럼 느껴지던 여름밤이다.

제주지역에 그토록 많던 반딧불이는 또 다 어디로 갔을까.

반딧불이와 눈을 이용해 공부했다는 형설지공(螢雪之功)이라는 낱말을 가르치기가 점점 어렵게 됐다.

고향 앞바다는 바다갈매기들의 천국이었다.

바닷가 모래사장에 내려앉은 갈매기들의 수는 셀 수도 없을 정도.

먼데서 돌을 던지면 최소한 한 마리는 맞지 않겠냐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이들이 떠난 자리에는 딱딱한 형태의 분비물이 있었다.

친구들과 이것을 갖고 장난치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지금은 고향 앞바다에 바다갈매기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또 다 어디로 갔을까.

어디 갈매기뿐인가.

고향 바닷가는 물론, 전신주, 전선 등은 까마귀들의 놀이터였다. 사열 받는 군인처럼 횡렬로 선채 ‘까악, 까악’하는 울음소리가 지겨울 정도.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까마귀조차 보기가 힘들어졌다.

우리들이 일상이라는 시간 속에서 살아갈 때 주변에 있던 생명체들이 우리 주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겠지만 결국 사람 때문이다.

이들 생명체들은 기존의 장소가 살기에는 환경이 맞지 않아 떠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생명체는 농약 때문에, 어느 생명체는 바다오염으로 인한 먹이 부족으로, 어느 생명체는 콘크리트 건물만 들어서는 이유 등으로 떠나고 있다.

이들 생명체 하나 하나는 환경지표다.

그들이 떠나고 있다는 것은 환경이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주지역에서도 해군기지 건설을 비롯, 골프장 건설, 위락단지 개발 등이 추진되고 있다.

개발에 앞서 환경에 대한 애착심이 선행돼야 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위한 개발이 오히려 사람에게 해로움을 준다면 무슨 개발의 의미가 있겠는가.

바닷가에는 갈매기가 가득하고 들판에는 반딧불이의 무리가 춤추고 전주에서는 까마귀가 짖는 몽환적인 고향의 그림은 이젠 정녕 전설로만 남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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