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제주해녀의 생태적·친환경적 어업활동
(2)제주해녀의 생태적·친환경적 어업활동
  • 백나용 기자
  • 승인 2016.0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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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숨, 맨손의 상태로 해산물 채취...바다의 황폐화 막아

해녀들이 해산물을 채취하기 위해 바닷속에서 하는 작업을 ‘물질’이라한다.

 

제주 해녀는 산소장치 없이 보통 10m 정도 깊이의 바닷속을 약 1분간 잠수해 해산물을 채취한다. 그 중 전복과 소라, 성게는 자맥질할 때마다 채취할 수 있는 해산물이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전복, 소라, 성게를 따기 위해 하는 물질은 ‘헛될 수 있는 물질’이란 뜻에서 ‘헛물’ 또는 ‘헛물질’이라 한다. 헛물질을 할 때 해산물 채취가 아닌 바다 밭의 지형을 확인하기 위해 하는 자맥질은 ‘헛숨’이라고 한다.

 

이러한 해녀의 작업 방식인 ‘물질’은 생태적인 측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해녀는 호흡 장비를 사용하지 않으며 해산물을 채취하는 시간을 제한한다. 잠수 시간을 줄여 수확을 조절하기 위해서다. 또 해녀는 오로지 스스로 다시 수가 늘어날 수 있는 생물 중 다 자란 생물만 채취하며 해녀 공동체가 속한 영역에서만 작업한다. 이러한 해녀의 바다에 대한 특별한 관념은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은 생태적 삶을 보여준다.


해녀들은 여름철에는 하루 6~7시간, 겨울철에는 하루 4~5시간 정도 물질을 한다. 한 달에 약 15일간 물질을 하는 데 물때가 좋은 일주일간 연이어 일한 후 약 8일간 쉬고 다시 일주일 정도 물질을 한다. 썰물이 가까워지면 밭일을 하다가도 물때에 맞춰 바다 밭으로 내달린다. 마치 물때에 맞춘 생태 시계가 따로 있는 듯하다.


해녀들의 작업은 연중 시간표를 갖고 있다.

 

해녀들에게 바다는 씨를 뿌리지 않아도 수확을 하는 밭이다. 바다의 씨앗은 영등할망이 바람을 타고 와서 뿌린다고 여겨진다. 씨앗이 뿌려지고 나면 톳과 우뭇가사리, 미역을 채취하고 그 밭에서 자라는 전복과 소라, 성게 해삼, 문어를 거둬들인다. 우뭇가사리의 경우 최상품을 채취하는 시기가 해마다 다르며 10월부터 12월까지는 전복에 산란기로 전복을 잡는 것을 금하며 6월부터 9월까지 산란기인 소라는 여름 내내 잡을 수 없는 등 조개류를 캐는 시기도 산란기를 피해 작업하고 있다.
이는 바다 밭에 황폐화를 막고 있으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내다본 오래된 전통이 해녀 문화에 내제해있는 것을 보여준다.


제주 해녀들이 특이한 체질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물질기술은 오랜 수련과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기술로 보통 8살부터 마을의 얕은 바다에서 헤엄과 잠수를 익혀 15세 무렵에 애기해녀가 된다. 해녀가 되면 다른 해녀들로부터 얻어듣는 이야기와 자기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바다에서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는 기술과 조류와 바람에 따른 기술을 익혀 간다. 물질은 하루아침에 터득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물질 솜씨는 오랜 경험이 키워준다. 폐활량이나 찬물에서 견딜 수 있는 능력과 같은 신체적 요소보다 더 중요한 것이 경험을 통해 몸으로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오랜 경험으로 축적된 해양 생태계에 대한 지식은 꾸준히 전승되고 있다.


이렇듯 ‘물질’은 단순한 노동이나 직업이 아니라 제주도의 전통문화와 함께 발달해 온 삶의 수단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제주해녀는 맨 숨, 맨손의 상태로 바다와 환경이라는 자연 생태계에 잘 적응해 민속 지식과 잠수 기술을 축적하면서 ‘여성생태주의 실천자’로 평가되고 있다.


▲해녀의 물질 도구 

해녀들의 장비는 원시적이다. 해녀가 물질할 때 사용하는 도구는 물안경, 테왁망사리, 빗창, 까구리 등이 있다. 특히 해녀들은 호흡 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들숨과 날숨으로만 해산물을 채취한다.


해녀의 전통 작업복을 ‘물옷’이라 한다. 고무옷이 들어오기 이전에 제주 해녀들은 무명이나 광목으로 만든 재래 해녀복인 ‘물옷’을 입었다. 물옷은 하의에 해당하는 ‘물소중이’와 상의인 ‘물적삼’, 머리에 쓰는 ‘물수건’으로 이뤄졌다. 물소중이는 면으로 제작되며 물의 저항을 최소화해 물속에서 활동하기 좋게 디자인 됐다. 옆트임이 있어 임신을 하는 등 체형의 변화에도 구애받지 않으며 신체를 드러내지 않고 갈아입을 수 있다. 1970년대 초부터 속칭 ‘고무옷’이라고 하는 잠수복이 들어왔는데 장시간 작업이 가능해 능률 향상에 따른 소득 증대로 고무옷은 급속도로 보급됐다.


‘테왁’은 해녀들이 물질할 때 물에 띄워놓고 몸을 의지해서 숨을 고르고 채취한 해산물을 담는 도구다. 해녀의 분신이며 표상이라 불린다. 바다 위에 둥둥 든 테왁은 곧 해녀가 그곳에서 무자맥질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테왁 밑에는 어획물을 넣어 두는 ‘망사리’가 매달리며 망사리 안에는 테왁이 조류에 휩쓸리지 않도록 ‘돌추’를 넣어 놓는다.


해녀들이 물질할 때 쓰는 물안경은 ‘눈’이라 한다. 초기의 물안경은 ‘족쉐눈’이라고 불렸다. ‘족쉐눈’은 소형쌍안 수중안경이다. 현재 해녀들이 사용하는 물안경은 ‘왕눈’이라고 한다. 왕눈은 대형단안 수중안경으로 테두리의 재료에 따라서 쇠로 된 ‘쇠눈’과 고무로 된 ‘고무눈’으로 나뉜다.


그 외 물고기를 쏘아 잡는 도구인 ‘작살’, 전복을 떼어내는 데 쓰이는 철제 도구인 ‘빗창’, 그리고 돌 틈에 있는 문어나 소라, 성게를 끄집어낼 때 사용하는 도구로 ‘까구리’ 등이 있다.

 
 출처=제주특별자치도 ‘제주해녀 나잠어업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신청서’

 

제주발전연구원 ‘제주해녀문화 실태조사 및 지속가능한 보전 방안’

 

백나용 기자 nayong@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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