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와 마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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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 제2사회부장대우

북한이 발사한 ‘광명성호’에 대해 미사일이냐, 우주 발사체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은 1990년대 대포동미사일, 노동미사일을 발사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평화적 목적에서 우주 개발에 나서고 있다.

북한의 발사체는 무기용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상온에서 보관이 용이한 하이드라진 연료와 산소를 공급하는 산화제로 고농도 질산을 쓰면서 최소 반년 동안 주입한 채 대기할 수 있어서다.

이와 달리 우리의 발사체는 등유의 일종인 ‘케로신’을 연료로 쓴다. 또 영하 183도의 액체산소를 산화제로 이용한다. 발사 직전에 수 시간에 걸쳐 주입해야 하므로 촉각을 다투는 전시에서 무기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15년 전 기자 초년병 시절의 일화가 떠올랐다.

그 해 필자와 전국 언론매체 기자들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초청으로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를 방문했다. 외나로도는 2001년 우주센터 최종 후보지로 선정됐다. 과학기술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려놓는 임무를 수행할 한국 최초의 우주 발사체는 ‘나로호’로 명명됐다.

당시, 제주 언론사 중 유일하게 외나로도를 방문한 필자에게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을 역임한 채연석 박사는 첫 인사로 “미안 합니다”라며 말을 꺼냈다. 최선을 다했지만 제주도민들을 설득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얘기였다.

후일담이지만 2박3일 일정 틈틈이 연구원들과 얘기를 나누다보니 우주센터 유치를 위해 호남은 물론 후보지에 끼지 못한 부산·경남 등 영남지역 국회의원들도 로비를 한 것을 알게 됐다.

낯이 익숙해진 한 연구원은 고도(孤島)나 다름없던 외나로도 해안 절벽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미국 나사(NASA)에서 일하는 한국인은 고급 두뇌 중에서도 0.01%에 속하는 영재다. 이런 인재들 중 몇 몇은 유배지나 다름없던 외나로도를 둘러보고는 한국에 가질 않겠다고 한다. 자녀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제주도에는 가겠지만 외나로도에는 못 가겠다고 한다. 나사에 근무하는 고급 인력들은 앞으로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사람들인데….”

탄식 섞인 이 말은 뇌리에 깊숙이 박혀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다.

연구원들은 우리나라가 1990년부터 준비해 왔던 우주센터 최적 입지는 서귀포시 대정읍이고, 최고 입지는 마라도였다고 했다.

과학 원리를 빌자면 지구 자전의 영향을 받는 로켓 발사에서 가장 이상적인 위치는 적도다. 적도에서 자전 방향인 동쪽을 향해 발사하면 가장 효율적이다. 국토 최남단 마라도가 우주센터로 제격인 이유다. 만약에 마라도 또는 대정읍에 우주센터가 건립됐다면 우주 발사체는 ‘마라호’ 또는 ‘대정호’라고 명명됐을 것이다. 유치를 못했던 전·후 사정을 떠나 도내 일부 단체는 미사일 기지를 운운하며 우주센터 반대에 불씨를 지폈다.

제주가 놓친 우주센터를 포함한 우주산업은 이제, 미래를 주도할 핵심 산업이 됐다.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은 알파요, 그 결과인 오메가는 국력과 국격의 척도가 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13년 전 국민의 지켜보는 가운데 나로호 발사에 성공했다. 앞으로 1500㎏의 중대형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릴 나로호를 우리 자력으로 2020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15년 전 도로 조차 제대로 뚫리지 않아 낚시객이나 드문드문 찾았던 절해고도 외나로도는 지금은 ‘희망의 섬’이라 불리고 있다.

우주 발사체 기술 개발이 선진국처럼 본궤도에 오르면 제2의 우주센터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최근 우주여행과 상업용 인공위성이 각광을 받으면서 우주산업은 공급이 달리고 있다.

제주는 제2의 우주센터 입지로 0순이다. 가까운 미래에 ‘마라호’를 우주로 쏘아 올릴 그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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