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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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자 (신산보건진료소장, 수필가)

방황이 길었다. 희부연 안개 속을 걷는 나그네처럼 이정표와 같은 한 줄기 뚜렷한 빛을 갈구하였다. 흔들리면서 중심을 잡는다는 말도

있으니 방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지지리도 균형을 잡지 못해 삶이 피곤한 것이 문제였다.

결국 무엇을 찾았는가. 간신히 얻은 것이 있다면 자신을 보려는 노력이다. 평상시도 그렇지만 감정이 요동칠 때는 잠시라도 눈을 감고

자신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그럴 때면 책에서 보았던 지층과 암석의 단면이 연상된다. 흙과 먼지와 자갈이 쌓인 퇴적층처럼 우리에게도

오래된 기억들이 누적되어 있다.

아침에 치매증세가 있는 할머니가 오셨다. 해 지기 전까지 서너 번은 더 오실 거다. 예전 같으면 속수무책으로 슬슬 짜증이 났을 것이다.

똑 같은 질문에 당신 말만 옳다고 우기시니 진이 빠질 일이다. 가시고 나면 한동안 후회의 펀치가 나를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알았다.

그분에게 나의 어머니가 투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짜증과 후회도 그로인해 생겨났고 다음에 오시면 잘 해드려야지 생각했던 것도, 두유나

따뜻한 차를 준비해놓았던 것도 모두 어머니와 연관이 있었다. 지난 해 세상을 뜨신 어머니는 구순이 되자 치매 증세를 보이셨다. 치매

초기에 어머니는 계속 묻고 의심했다. 수화기를 놓고 싶었던 순간들이 많았다.

내 안에 뭔가 있다. 모든 것들이 내 안의 것과 공명했다. 내 기억들, 상처, 열등감?.. 외부와 반응하여 영화에 나오는 모스부호처럼

빠르게 움직여서 가짜의 나를 만들었다. 새로운 시각과 본질을 차단하는 관념의 정체, 지난날의 경험정보들이었다. 너무 깊어서 쉽게 보지

못하지만 독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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