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제주 해녀의 독특한 공동체 문화
(3)제주 해녀의 독특한 공동체 문화
  • 백나용 기자
  • 승인 2016.0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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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밭의 제한된 공간에서 자신들의 공동체 형성... 질서와 규약 지키면서 활동

제주 해녀들은 오랜 기간 반복적인 물질을 통해 해녀가 된다.

 

제주 해녀는 해양 채집을 통해 경제 활동을 해온 제주 여성들로, 바다밭의 제한된 공간에서 연령의 노소(老少)와 기술의 상·중·하에 관계없이 생산과 판매 분배를 공동으로 하는 공동체적 특성을 기반으로 한다.


해녀들은 물질 노동의 특성상 자신들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나름대로 질서와 규약을 지키면서 이끌어 가고 있다.

 

마을 해녀들은 나이와 물질 기량, 덕성에 따라 대상군 해녀부터 상군 해녀, 중군 해녀, 하군해녀 까지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간다.

 

해녀들의 조직인 해녀회는 신입 해녀들을 교육하는 한편 어장 이용에 대한 규칙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등 의사결정 기관의 임무를 수행한다.


구한말 이후부터 지연·혈연에 따른 상호 협동조직인 ‘계’의 형태로 자생적인 공동체가 이뤄졌으며 출가 해녀의 권인 보호를 목적으로 어업공동체가 조직됐다.


1919년에 추자도어업조합이 설립된 데 이어 해녀들의 복리 증진을 위한 제주도해녀어업조합과 제주읍과 구좌면, 한림, 애월, 조천, 성산포어업조합이 1920년에 설립·운영됐다. 1925년에 서귀포시어업조합이 설립되고 1936년에 추자도어업조합을 제외한 도내 어업조합과 해녀어업조합을 통폐합한 제주도어업조합이 조직된다.

 

광복 이후 어업공동체는 수산업법의 제정에 따라 1962년에 제주시, 서귀포시, 한림, 추자도, 성산포, 모슬포에서 수산업협동조합이, 1994년에 제주도해수어류양식수협이 설립돼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어업공동체들은 마을마다 해녀공동체를 이끌어가는 규약으로 향약을 만들었다. 향약은 채취 해산물 종류와 입어자격, 어장관리 등을 규정, 그 나름의 법적 효과를 지니고 있다.


깊은 바다속에서 하는 물질은 생명이 오락가락하는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 이로 인해 해녀들끼리 서로 살펴주지 않으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조직을 통해 공동 작업이 이뤄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불턱’은 그러한 해녀의 공동체 문화를 상징하는 제주 해녀들의 공간이다. 불턱은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고 바다로 들어갈 준비를 하는 곳이며 작업 중 휴식하는 장소다. 둥글게 돌담을 에워싼 형태로 가운데 불을 피워 바닷물로 젖은 몸을 덥혔다.


이곳에서 물질에 대한 지식과 물질 요령, 바다밭의 위치 파악 등 물질 작업에 대한 정보와 기술을 전수·습득하며 해녀 간 상호협조를 재확인한다. 또 회의를 진행해 마을의 대소사를 논의하고 공동작업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하기도 한다.


특히 불턱에서 대상군을 비롯한 상군, 중군, 하군 해녀들의 위계질서와 그에 따른 의무와 도리를 배우고 익혀나가는 동안 한사람 몫을 하는 어엿한 해녀로 성장한다.


아직은 바다가 서툰 애기해녀나 오랜 세월을 입은 고단한 몸을 이끌고 바다에 나선 할망해녀의 망사리의 한 웅큼 물건을 퍼주는 ‘게석’과 잠수 중 수시로 안부를 확인하고 공동생산, 공동분배의 ‘수눌음’으로 이어가는 제주의 해녀들의 공동체 문화는 물질작업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문화다.

 

▲바다에도 등급이 있다!

  '애기바당'·'할망바다'…나이 든 해녀 위해 해산물 뿌려

 

해녀들의 일터인 바다에도 등급이 있다. 바다는 깊이에 따라 나뉘었다. 먼저 어린 소녀들이 잠수를 배우는 가장 얕은 바다를 ‘애기바당’이라고 한다. 애기바당은 아이들이 서면 물에 잠길 정도의 바다로 해안마을 소녀들이 애기바당에서 물질을 배우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8살 때부터 애기바당에서 헤엄과 잠수를 익혀 15세쯤 애기 해녀가 됐다.


나이 든 해녀를 위한 할망바다도 있다. 대부분 마을은 수심이 얕은 바다의 한 귀퉁이를 구획 지어 할망바당로 정해놓고 먼바다의 소라 중 크기가 작은 것을 뿌려서 나이 든 해녀들이 잡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할망바다는 65세 이상 된 할머니들의 전용 구역으로 버스나 전철의 경로 우대석에 해당한다.


또 해녀들은 일부 어장을 학교바당으로 지정해 아이들 교육을 위해 사용하기도 했고 이장바당을 만들어 그 구역에서 나오는 수익금을 마을 일에 수고하는 이장에게 전해주기도 했다.


이렇듯 해녀의 바다에는 배려와 나눔 그리고 기부의 문화가 녹아있으며 이를 통해 제주 해녀들이 공동체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겼는지 실감할 수 있다.


백나용 기자 nayong@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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