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벌레는 건강한 식탁을 가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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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부 교수>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2002년 05월 출판, 존라이언 저)’에는 자전거, 콘돔, 천장선풍기, 빨랫줄, 타이국수, 공공도서관, 그리고 무당벌레가 등장한다. 이들 중에 무당벌레도 친환경농업시대에 유익하고 흥미로운 존재이다.


이것이 잎사귀에 앉아 있는 모습이 ‘표주박을 엎어 놓은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한자어로는 ‘표충(瓢蟲)’이라고 불린다. “무당벌레”라는 작명은 ‘무당처럼 화려한 옷을 입고 있다’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프랑스인은 무당벌레를 ‘하느님이 주신 좋은 생물’, 독일인들은 ‘성모마리아 딱정벌레’라 칭했다. 이것은 이들 외에도 다양한 별칭을 가지고 있다. 무당벌레는 유충과 성충 기간 모두 진딧물을 진수성찬으로 생각한다.


중세 유럽에서 포도 농사를 짓던 농사꾼들이 진딧물 때문에 농사를 망치게 된 적이 있다. 농부들이 그때 신에게 도움을 구하는 기도를 했더니 기적처럼 이들이 출현하여 진딧물을 모두 잡아먹었다.
이에 기뻐한 농부들은 ‘동정녀 마리아’라고 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에서는 무당벌레가 행운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성스럽게 여긴다. 영어권에서는 이것을 무당딱정벌레(ladybird beetle) 혹은 무당벌레(lady bug)라 부른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무당벌레류는 90여종 이상이며 포식성이다. 이 강한 포식자 무당벌레는 딱정벌레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전 세계에 4,500여 종이 서식하고 있다. 이들은 농장과 정원의 지킴이로서 자신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에 대한 보호능력도 탁월하다. 천적이 등장하면 무당벌레는 불쾌한 냄새가 나는 노란색 방어 물질을 내뿜는다. 무당벌레가 모인 따뜻한 곳에서는 이들의 방어 물질 때문에 지독한 냄새가 풍긴다. 게다가 붉은 빛깔의 경고색을 본 천적들도 접근 자체를 꺼린다.


아무리 배가 고프고 힘들어도 자신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호랑이는 풀을 뜯어 먹지 않는다’고 했다. 무당벌레는 정글의 맹수는 아니지만, 자신의 존재가치를 생각하면서 자연의 상징인 식물은 먹지 않는다. 물론 이들 중 몇 종은 식물을 섭취한다.


무당벌레는 하루 종일 진딧물처럼 작은 곤충들을 찾아다니며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소형 포식자이다. 그래서 이들은 하루에도 수많은 진딧물을 삼킨다. 이의 성충 뿐 아니라 유충까지도 뛰어난 사냥꾼이다.


이처럼 풀밭의 소형 곤충들에게는 무당벌레가 숲속 호랑이나 표범처럼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러나 이들의 왕성한 식욕은 친환경농업시대에 농부들에게는 고마울 뿐이다. 봄과 함께 기지개를 켜는 무당벌레는 잎벌레 유충과 다닥다닥 붙어서 즙을 빨아먹는 진딧물을 청소하고, 건강식을 제공한다.


약제 방제 없이 농약의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무당벌레를 생물 농약이라고 칭할 수도 있다. 1970년대 이후부터는 해충을 죽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살충제와 비료를 대량 살포했다. 그 결과 생태계가 파괴되어 먹이사슬에 큰 문제가 발생했다.


살충제는 꽃가루를 운반하고, 쓰레기를 분해시키고, 흙을 흙답게 가꾸는 유익한 생물체들을 함께 죽인다. 그래서 이것은 인간이 보호·육성하려는 식물을 피폐시킬 수도 있다.


물이 그냥 물이 아니듯이 흙이 단순한 흙이 아니다. 흙은 복잡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식물과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미네랄 등 영양분이 흙 속에서 숨 쉬고 있다. 흙 속의 수많은 생물체는 살충제 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흙을 잘 관리하는 것은 불로초 재배의 지름길이다.


지구상에 방사성 물질이 사라지면 인간의 삶이 황폐해지듯이 무척추동물인 곤충이 수일 내에 전멸한다면 인류도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흙을 만들고 식물을 성장시키는 다양한 생물들 덕분에 인간이 풍요로운 식탁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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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해영 2018-08-12 19:32:45
영화 '제8요일' 과 '오두막' 을 보다가 하느님과 무당벌레의 관계가 궁금했는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