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밭과 참외밭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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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병 정치부장대우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정확히 47일 앞으로 다가왔다. 본선에 앞선 피 말리는 예선전이 코앞으로 다가왔으니 예비후보들의 심정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총선과 관련한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사법 당국의 조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가 하면 후보들 간의 치열한 설전도 벌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살얼음판과 같은 민감한 시기다.

민주주의 선거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단어 중 하나가 ‘관권선거’다. 그런데 최근 1주일 동안 제주도의회에서 벌어진 가장 큰 논란은 다름 아닌 ‘관권선거’였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26일 본회의를 끝으로 올해 첫 임시회를 마무리한다. 이번 회기에서는 제주도와 도교육청의 올해 주요 업무가 진행됐다. 올 한해 역점 추진해야 할 제주도정과 교육행정을 짚어보는 중요한 자리였다.

하지만 이번 회기에서는 관권선거 논란이 최대 이슈가 되고 말았다. ‘관권선거’는 결코 거론돼서는 안 되는 단어다. 특히나 소위 ‘제주판 3김 시대’를 종식시키며 제주도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들어선 민선6기 원희룡 도정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발단은 제주시가 설 연휴를 앞두고 각 읍·면·동에 시달한 ‘설 연휴 지역동향 제출 및 신속한 보고체계 확립 요청’ 문건이 공개되면서부터다.

제주시장 특별지시사항으로 시달된 문건에는 ‘설 연휴기간 친지·친구·주민과의 대화 시 지역동향 및 도정·시정 현안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 전반적인 사회분위기를 파악해 메모보고로 반드시 제출하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설 연휴 민원 해결과 지역동향 파악해 신속하게 대처한다는 행정기관의 통상적인 업무로도 볼 수도 있다.

논란의 핵심은 주요 보고내용 중 하나에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주민동향 및 여론’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민감한 시기에 충분히 오해의 소지를 불러올 만한 사안이다. 더욱이 보안이 요구되는 사항은 시장과 부시장, 해당 실·국장 및 동향담당자에게 개별 카카오톡이나 이메일을 활용해 보고하고, 팩스는 사용을 금지하도록 해 더욱 의구심을 키웠다.

통상적인 동향보고를 ‘보안’으로 해야 하고, 팩스보고를 금지해야 하느냐는 논란이 증폭됐다.

이번 사안으로 제주시는 제주도감사위원회로부터 선거 중립에 대한 엄중 주의 조치를 받았고, 제주도선관위로부터 위법성 여부를 조사 받기도 했다.

김병립 제주시장은 “행정기관의 통상적인 업무에 따른 지역동향 파악이다. 확대, 과잉 해석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번 총선에서의 또 다른 이슈 중 하나가 바로 ‘원희룡 마케팅’이다. 몇몇 예비후보들이 “원희룡 지사와 함께 제주도를 발전시키겠다”며 이른바 원희룡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제주도는 “다른 지방에서도 자치단체장을 앞세우고 더욱이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도 내걸고 있는데 유독 제주도에서만 논란이 일고 있다”면서 “오히려 도정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원희룡 마케팅이 예비후보들의 선거 전략이고, 선거법에 위반이 되지 않는 수준이라니 이해를 할만도 하다. 그러나 엄정한 공무원 선거 중립이 요구되는 중요한 시기라는 점에서 제주도정은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옛 속담에 ‘배밭에서는 갓끈도 매지 말고 참외밭에선 신발 끈도 매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의심을 살만한 일은 아예 하지 말아야 하다는 것이다. 총선을 47일 앞둔 현 시점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앞으로 남은 선거 과정에서는 ‘공무원 선거 개입’, ‘관권선거’라는 단어가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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