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제주해녀만의 문화上…해녀들의 무속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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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안녕과 풍어를 ‘비나이다’
▲ 동김녕리 잠수굿 중 요왕맞이 제차 모습. 출처=제주발전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

제주해녀는 초인과도 같은 나잠수 작업, 작업 기술, 물때 이용 등 독특한 지식 체계를 형성하고 전승시켜 왔다. 또 이러한 생업을 바탕으로 신에게 의지하는 생활에서 생겨난 무속신앙과 노동요, 언어표현 등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창조하고 전승해 왔다.


▲해녀들의 무속신앙
 

제주해녀들의 속담 중에는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쓴다’라는 말이 있듯이 물질은 매우 위험한 작업이다.
 

이로 인해 제주해녀들은 영등달인 음력 2월이 되면 영등신에게 풍어와 해상의 안전 등을 비는 영등굿을 한다. 영등신은 음력 2월 1일에 제주도로 들어와 같은 달 15일이면 우도를 거쳐 본국으로 돌아가며 제주도에 있는 동안 바닷가를 돌면서 미역과 전복, 소라, 전초 등의 씨를 뿌려 바다를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고 전해진다.


이와 함께 제주해녀들은 매해 봄이 되면 해신당에서 바다의 여신인 요왕할머니(용왕할머니)에게 물질작업의 안전과 풍요를 기원하는 무속의례인 ‘잠수굿’을 지낸다. 잠수굿은 영등굿에 비해 잠수회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해녀들의 무사조업과 어업의 풍요를 위해 치러진다. 잠수굿에서 해녀들은 요왕할머니의 자손이 되며 한 조상의 자손으로서 해녀들은 공동체적 일체감을 형성한다.


그 중 음력 3월 8일에 동김녕리에서 진행되는 잠수굿은 해녀공동체를 확인시켜주는 대표적인 의례며 축제다. 잠수굿은 김녕리 해녀회에서 주관하며 어촌계에서 도움을 준다. 잠수회에 소속된 해녀들이 1년간 물질을 통해 조금씩 모은 돈으로 굿에 쓰이는 비용을 준비하면서 생업과 의례가 하나 된 모습을 보여준다.


동김녕리 잠수굿의 기본 재차(祭次)는 ‘삼석울림-초감제-추물공연-요왕세경본풀이-요왕맞이-지드림-씨드림-서우젯소리-액막이-선왕풀이-도진’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특히 ‘요왕세경본풀이’는 동김녕리 잠수굿 만의 특징이다. 본래 세경본풀이는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기 위한 자청비 신화를 구송한다. 김녕에서는 세경본풀이 전후로 용왕에 관련된 이야기를 삽입해 의례를 지낸다. 이는 미역과 전복, 소라 등이 번식하는 것도 바다의 농사로 보아 바다에도 농경신인 세경이 있다는 관념에서 비롯됐다.


‘요왕맞이’는 바다를 관장하는 용왕(龍王)을 맞아들여 풍어와 무사고를 기원하는 제차이며 ‘지드림’은 제상에 있던 제물을 조금씩 뜯어 모아 흰 한지에 싼 후 바다에 던지는 행위를 통해 용왕신과 바다에서 죽은 영혼들에게 제물을 대접하는 제차다. ‘액막이’는 나쁜 액을 막고 일 년 내내 무사하게 지낼 수 있기를 기원하는 제사로 잠수회 전체를 위한 ‘도액막음’과 일 년 운수가 좋지 않다고 판단된 개별 잠수들의 ‘각산받음’이 있다.


잠수굿 중 ‘씨드림’은 해산물의 풍요를 기원하는 중요한 제차다. 제주에서는 예로부터 ‘바다밭’이라 하며 바다에까지 농사의 개념을 연장시켰다. 특히 뭍의 밭이 어느 한사람 몫의 일터라면 바다밭은 바닷가 마을사람들 공동의 밭으로 여겨진다. ‘씨드림’을 할 때 선정된 해녀 2명이 좁쌀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심방의 서우젯소리 가락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다 같이 춤을 춘 후에는 바닷가를 한 바퀴 돌면서 전복과 소라, 우뭇가사리, 톳 등의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좁쌀을 바닷가에 뿌린다. 그리고 남아있는 좁쌀을 돗자리에 뿌리면서 한 해의 풍농과 풍어를 점쳤다. 특히 제주도의 씨드림은 다른 지역의 풍어굿과는 달리 신앙민인 해녀가 직접 제의를 하는 적극적인 제의로 눈길을 끈다.


이렇듯 제주해녀의 무속의례는 무사조업과 해산물의 풍요를 기원함은 물론 잠수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하고 마을의 단합을 도모하는 등 해녀들에게 특별한 의미와 기능을 갖고 전해지고 있다.

 

▲해신당

해신당은 해녀들이 주로 드나드는 당으로 해녀들의 간절한 바람을 담은 성스러운 곳이라 할 수 있다. 해녀들이 바다밭을 일구면서 자신의 목숨이 붙어있기를, 또 많은 수산물을 채취할 수 있기를, 남편과 자식 모두가 무사하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비는 의례 장소다.


해신당은 바닷가에 위치해 있으며 해신당 계열의 당은 당집이 없이 주로 바닷가 자연석을 의지해 타원형으로 돌조각을 쌓아 제단을 만드는 등 지형지물을 이용해 당을 마련한 경우가 많다. 또 인위적인 시설도 나지막한 재단을 두는 정도로 소박한 형태에 그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바다생업과 관련한 해신당 계열의 당은 개당, 돈짓당, 해신당, 선앙당으로 개당은 개당하르방과 개당할망, 돈짓당은 돈지하르방과 돈지할망, 해신당은 용녀부인, 선앙당은 요왕과 선앙을 모신다. 남당 혹은 어부와 잠녀당이 따로 마련된 경우도 있다.


특히 해신당 계열의 당은 생업수호신을 모시는 곳이어서 한 마을 안에서도 생업공동체마다 별도의 당을 두는 일이 많다.
 

백나용 기자 nayong@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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