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물은 썩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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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전 탐라교육원장/수필가

요즈음 날씨가 변덕스럽다.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냉탕과 온탕을 들락거리는가 하면 널뛰기를 하고 있다.

겨울은 쉽게 자리를 넘겨주지 않으려는 심보다. 봄을 시샘이라도 하듯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그러나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도 지났다. 이맘때면 겨울잠을 자던 벌레들이 깨어난다고 한다.

겨우내 위세 등등하던 동장군도 그 기운을 잃어가고 있다.

얼음장 밑으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계절이 질서를 되찾는 모습이다.

혹한을 용케 이겨낸 나목들도 동면을 끝내고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떨켜에서 태몽이 시작되는 것일 테다. 귀를 가만 갖다 대면 물이 쭉쭉 빨려 올라가는 소리가 들린다. 매화는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벌써 꽃망울을 터트렸다.

땅속에서는 새싹들이 봄을 맞이하려는 준비로 수런거린다. 새 생명의 숨결로 온 우주가 북적댄다. 달라짐은 가능성을 여는 것이다. 변해야 하는 이유이다.

스승과 제자가 대화를 나눈다.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이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합니다. 갈등뿐인 것 같아요.” 불평을 늘어놓은 것.

스승이 대답했다. “변하지 않는 곳에는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는 공동묘지로 함께 갔다.

“봐라, 이 망자(亡者)들에게 변화와 갈등이 있는가.” 변화가 없는 것은 곧 죽은 것과 다름이 없다.

우리 사회의 곳곳이 정체되어 가고 있다. 한 번 잡으면 영원히 놓지 않으려는 정치인들.

사회의 지도층, 철 밥통이라고 지칭하는 직장인들 이런 행태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죽은 것이나 무엇이 다르랴.

지도자에게는 세 가지 부류가 있다고 한다. 1등 리더는 미래에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미리 알아 사람들을 이끌어 변화하게 함으로써 영원히 변화의 선두에 서고, 2등 리더는 상황이 변하면 자신도 변하고, 3등 리더는 남들이 변한 다음에도 원래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불평만 늘어놓는다.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게 마련이다.

근본적으로 생각에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은 새로운 삶의 바탕이 아닐까.

하루하루에 변화를 줌으로써 우리의 인생도 달라진다.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변화는 기대할 수 없다. 습관이란 한 번 고정되면 껌 딱지같이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얼마나 추한 모습인가.

스스로 변해야 한다. 병아리가 몸소 껍질을 깨고 나오면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할 수 있지만, 남이 깰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결국 계란 프라이가 돼 밥상에 오를 수 밖에 없다.

찰나에도 변하는 게 세상이다. 그런데도 인간만이 꾸물거린다. 세월은 앞서 가는데 퇴행이다. 이렇게 해서는 발전도 새로운 희망도 기대하기란 묘연하다

봄에 돋아난 어린 새싹들은 여름이 되면 잎들로 무성하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낙엽이 되어 자리를 내주고 뒤안길로 내려앉는다.

계절의 순리에 따라 살아갈 뿐 거스르는 법이 없다. 도인(道人)의 풍모이다. 떠날 때 떠나는 모습, 얼마나 아름다운가. 사람도 자연에 한 수 배워야 하지 않을까.

흐르는 물은 결코 썩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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