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도 아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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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혜 부모교육 전문 강사>

며칠 전에 00가 잠깐 들렀다. 이 친구는 초등학교 6학년에 만나 중학교 2학년까지 나와 공부하던 친구다. 작년에 사정이 생겨 더 이상 같이 공부할 수 없게 되자.
 

“선생님, 나중에 또 할 수 있으면 꼭 연락해주세요. 저 고등학교 가서라도 선생님 만나고 싶어요.” 라고 하며 우리가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을 서운해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아버지가 새로운 곳으로 발령이 나서 가족 모두 이사가게 되었다면서, 그곳에서 고등학교에 다니기로 해서 인사차 들렀다고 한다. 그 동안 부쩍 자란 모습이 참 대견하고 믿음직해서 안아줬다. 몇 마디 이야기 하고 돌아서다가.
 

“참 선생님, 저에게 책 한 권만 주세요. 선생님 생각하면서 읽을래요.” 하기에 이 친구에게 무슨 책을 권하는 게 좋을까 궁리하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한 권 뽑아 선물로 줬다.


“한꺼번에 다 읽으려고 하지 말고 조금씩 천천히 읽으면서 00도 이 사람처럼(때론 방황도 했지만) 꿋꿋하게 자기를 잃지 말고 훌륭하게 성장했으면 좋겠다.”
 

책을 들고 돌아서 가는 친구를 바라보는데 왜 이리 뿌듯하고 기쁜지 모르겠다.
 

“샘! 잘 지내시죠? 00랑 저랑 시간이 계속 안맞아서 못갔어요. 죄송해요. ㅠㅠ
 

올해 고등학교 입학합니다. ㅋㅋ 담에 저 혼자라도 찾아갈게요. 다음에 뵈어요.”
 

“와~~! 00야 반갑네! 그랬구나. 놀러오려고 생각했다니 완전 감동!! 어느 고등학교에 진학하니? 어디서든 건강하고 멋진 모습일 거야~ 고맙다. 잘 지내!!”
 

“저 00고등학교 갑니다. 저 되게 열심히 공부해서 작년 수능 국어 풀었는데 1등급 나왔어요.  ㅋㅋㅋ 더 열심히 해서 나중에 놀러갈게요.”
 

“그러자. 입학 축하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의젓한 모습 기대할게! 화이팅!!”
 

역시 이번에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남학생인데 이렇게 카톡을 보내왔다. 참 반가운 일이다.


아이들과 만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이런 일을 보람으로 여길 것이다. 요즘 아이들이 너무 메말랐다느니, 철이 없다느니 하다가도 이런 일을 겪거나 이야기를 들으면 또 그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가 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 그리고 어느 한 곳에서는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잘 자라고 있는 친구들이 더 많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어떤 부모가 자녀를 키우면 이렇게 아름답게 자랄까? 생각하며
 

‘아이들에게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예의를 가르치는 것!’도 부모가 해줘야 할 중요한 역할임을 깨닫는다. 학년을 마무리할 때, 학원에서 부득이 그만둬야 할 때,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기에 내 자녀로 하여금 헤어지는 것도 제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건 어떨까? 마지막 인사를 제대로 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새로운 시작에 대한 엄숙함도 같이 준비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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