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마을만들기 현장을 -(2)주민공동체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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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공동체 참여로 마을 만들기 이끌어
▲ 후쿠야마시 애완견 공동체 모임에서는 회원들이 마을 만들기와 발전 방안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제시한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추진하는 원도심 재생사업은 탐라문화광장 및 테마길 조성, 임대주택 건립 등 건설과 재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같은 사업으로 원도심 인구 유출을 막고 상권 활성화를 이뤄내기로 했다.

일본의 마을 만들기(도시 재생) 사업도 1960~1970년대에는 건물 등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10년 후에는 도시가 텅 비어버리는 공동화(空洞化)를 비껴가지 못했다. 1980~1990년대에는 건물 설계에 주민이 참여하는 디자인을 반영했다. 그런데 건물을 완공해도 주민들이 들어오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2000년대부터 재건축과 재개발을 지양하되 지역주민 모임과 활동에 주목, 공동체(커뮤니티)를 구성하면서 마을 만들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히로시마현 남동쪽에 있는 후쿠야마시(福山市)를 들 수 있다. 인구 48만명의 이 도시는 인구가 감소하면서 백화점 3곳이 문을 닫았다.

컨설팅 전문가들은 마을 만들기를 위해 100여 명의 지역 유지를 만나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어 애완견을 키우는 모임, 사진촬영 클럽, 빵 만들기, 목공예 등 다양한 공동체 모임을 구성했다.

문을 닫은 백화점을 살리기 위해 주민들은 워크숍을 열었고, 쇼윈도를 주민들 스스로가 꾸미고 장식했다.

이 같은 노력에 백화점 2곳이 다시 문을 열었고, 백화점 안에는 작은 무대 공간이 들어섰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음악과 마술, 만담 공연을 무료로 열면서 사람들을 불러 모았고, 상권을 활성화하는 촉매제를 제공했다.

주민들은 장사가 안 돼 셔터를 내린 가게에는 “사장님은 ○○○ 장사를 하면 잘 될 것”이라는 쪽지를 셔터에 붙이는 모임도 만들었다.

회원들은 문 닫은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영업을 잘 할 수 있는 비결이나 아이디어를 글로 남기고 있다.

분위기가 좋은 카페에서 정기적으로 만나는 모임을 만들어 손님을 늘리고 영업이 잘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동체 모임은 외국인 또는 고령자도 서로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처럼 서로 만나고 얘기를 나누는 공동체가 늘면서 후쿠아먀시는 활기를 찾았고, 쇠퇴했던 상가가 활성화되는 변화를 이뤄냈다.
 

▲<인터뷰 야마자키 료 교수>
 

마을 만들기 사업에 주민 참여형 공동체를 만들어주고 발전 방안을 디자인 해주는 대표적인 인물은 야마자키 료 교토조형예술대학 교수(43)다.

그는 ‘커뮤니티 디자인’과 ‘마을의 행복론’이란 책을 냈고, 마을을 디자인 해주는 스튜디오-L(Studio-L) 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에도 여러 차례 방문,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야마자키 교수는 “마을 커뮤니티 디자인은 3년에 걸쳐 진행된다”고 말했다. “첫해는 주민 참여형 종합 전략을 세우고 향후 인구 전망에 대한 계획을 수립, 어떤 마을을 만들어야 할지 보고서를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년 째 되는 해에는 주민들이 실제 활동을 시작하고, 주민 스스로가 마을 만들기를 위해 행동으로 옮긴다”며 “이에 대한 참여는 보고서로 만든 책자에 알기 쉽게 소개했고, 모든 가구에 배부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사업 마지막인 3년째 되는 해에는 공동체 조직을 강화하고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한다”며 “이 같은 결과물을 행정에 제출하면, 행정은 마을 만들기 사업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제주도는 유명한 관광 리조트와 호텔이 들어서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당장은 큰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지속적인 마을 발전을 위해선 제주사람들이 많은 의견을 제시하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야마자키 교수는 “내가 하는 일은 마을의 장래와 비전에 대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 주민 참여형 커뮤니티 디자인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 야마자기 교수가 만든 보고서는 아부초 마을의 인구 동태를 그림으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야마구치현 아부초 마을 보고서
야마자키 교수가 최근 공동체를 추진하는 야마구치현 아부초(阿武町) 마을에 대해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주민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일러스트로 구성됐다.

인구 3500명의 아부초 마을 보고서를 보면 65세 이상이 마을 인구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20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젊은이들이 고향을 등지고 있다.

이 농촌 마을은 매년 20명의 신생아가 태어나고, 30대 남성의 50%는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고등학생의 80%는 다른 마을에서 학교를 다닌다.

또 여성의 70%는 다른 지방으로 나가서 결혼을 한다. 그리고 매년 80명이 자연사를 하고 있다.

1955년 이 마을 인구는 1만789명이었으나 현재는 3분의 1 수준인 3500명에 머물고 있다.

야마자키 교수는 마을 주민 100여 명을 초청, 마을 살리기를 위한 좌담회를 열었다. 아부초 마을 주민들은 젊은 세대들이 들어왔으면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교수는 낡은 빈집을 구해 연구원을 상주시켜 마을 디자인 거점을 마련했다. 농업이 주요 산업인 이 마을에는 오는 4월부터 젊은이들이 시골에 살아보는 실험을 진행한다.

젊은이들은 계절마다 이곳에서 와서 농사를 지어보고, 농촌에 사는 체험을 할 계획이다.

앞서 이곳에서 체험을 해보겠다는 젊은이들은 관청 인근에 있는 원룸보다 낡은 집을 고쳐서 거주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제주의 농촌 마을에 빈집을 구해 정착하려는 젊은 이주민들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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