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책방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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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제주펜클럽 회장

지난달 출판사 편집자와 여행을 했다. 우도의 고래굴에서부터 김녕 성세기 해변과 한동, 비자림, 다랑쉬오름, 칼선도리와 세솟각, 서귀포의 폭포들을 둘러보다가 편집자가 종달리 서점엘 가보고 싶다고 했다. 종달리 서점이라니? 기존 서점들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는 형편에 종달리 같은 시골에 서점이 있어 찾아간다니, 참 황당한 제안이었다.

편집자의 말을 무시할 수 없어 달려간 종달리에서 서점 찾기는 어려웠다. 만나는 사람들이 가리키는 방향 어디에도 서점이 없어 마을을 몇 바퀴 돌고나서 소금밭 올레길 골목에 매달려 있는 나무판자에서 「소심한 책방」이라는 간판을 만났고, 내가 기대했던 반듯한 책방 간판 대신 창고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책방을 운영할만큼 손님이 없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라는 표현을 해야할 만큼 서점 안을 채우고 있는 책 손님들을 발견했다. 세련된 옷을 입은 여성들 10여 명이 책장에서 책을 고르거나 책을 읽고 있었다. 소설과 에세이, 인문서, 여행 등의 책에다 사진과 제주특산품 등 소품이 눈에 들어왔다.

책방 안은 수수한 외관과는 달리 감성적이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으며, 서가에 꽂혀 있는 책들은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책들이었다. 제주사진 엽서와 삽화, 그림 같은 일러스트들과 편안히 앉아 독서를 할 수 있는 의자 등이 눈길을 끌었다. 제주여행을 소개한 책에서부터 종달리의 구석구석을 알리는 책들까지, 제주에 내려온 예술가들이 만든 소품 등 한 마디로 앙증맞은 책방이었고, 올레꾼이 아닌 여행객들이 SNS를 통해 찾아오고 있어 한 마디로 충격이었다.

이런 서점은 칠성로에도 있었다. 독립출판서점 라이킷이다. 전시공간까지 가지고 있는 라이킷은 소심한 책방에 비해 도시적이고 현대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모두 주인의 취향에 맞는 책들과 소품들을 팔고 있었다. 위미리에는 라바북스 라는 작은 책방이 있다는데 인터넷을 통해 알아본 바로는 다른 작은 서점과 비슷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책방들이 하나 둘 제주에서 사라지고 있다. 제주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책을 구입할 수 있고, 대형 서점의 등장으로 동네 서점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읍·면·동마다 공공도서관이 들어서고, 학교도서관에도 충분한 책이 있어 책을 접하기는 힘들지 않지만 동네 서점이 사라진다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점이 거리의 한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주문화의 수준을 올리는 일이며, 제주교육을 살리는 최선이 방안이고, 도민의 가슴이 풍요로울 텐데.

제주에서 서점이 사라진다는 것은 도민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걸 증면한다. 한국인이 일 년에 지출한 책값이 1만6천원이며 그 중 60%가 참고서라니 서점이 줄어들 수밖에. 그래도 흙속에 묻혀있는 보석처럼 작은 책방들은 어렸을 때 헤어진 친구를 만난 기쁨만큼이나 크다. 소심한 책방이나 라이킷, 라바북스와 같은 책방이 마을마다 있어 아빠와 엄마와 같이 온 어린이들이 책을 고르는 풍경을 볼 수 있다면 아름다운 제주 풍경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일 게다.

제주 곳곳에 책방이 있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자녀를 데리고 외식을 가는 것처럼 도서관이나 책방에 데리고 가서 같이 책을 고르고, 책의 내용을 나눌 수 수 있다면 제주의 모든 학생들이 바르게 성장할 거라는 생각으로 책방이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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