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관문은 통과했는데 내 집 마련 어쩌나
결혼 관문은 통과했는데 내 집 마련 어쩌나
  • 제주신보
  • 승인 2016.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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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경제부장
요즘 봄을 맞아 주말마다 결혼식장이 붐빈다.

결혼식 피로연장에서 식사를 하는 도중에 방금 결혼식을 마친 신랑 신부가 피로연장을 돌며 하객들에게 인사를 할 때 ‘저 한 쌍의 부부는 결혼이라는 높은 관문을 통과해 대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 대견하다는 생각도 잠시, ‘앞으로 내 집 마련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걱정이 뒤따른다.

국립국어원은 매년 신어(新語)를 발표한다. 2011년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신어에 ‘삼포세대(三抛世代)’란 말이 있다.

극심한 생활고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 때문에 데이트 비용이 없어 연애를 포기하고, 이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세대를 말한다.

어렵사리 대입 관문을 뚫고 청운의 꿈을 품고 대학에 입학한 후 졸업한 청춘 남녀들.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희망의 푸른 초원이 아니라 일자리, 취업이라는 험난한 가시밭길이다.

경제난과 취업난으로 변변한 직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보니 주머니 사정이 좋을 턱이 없다.

경제사정이 발목을 잡으니, 사랑하는 사람과 만날 데이트 자금이 없고 이것이 결혼포기, 출산 포기로 이어진다.

삼포(三抛)세대는 이어 ‘오포세대(五抛世代)’로 바뀌었다.

연예, 결혼, 출산을 포기에 내 집 마련 포기와 인간관계 포기가 더해졌다. 여기에 꿈과 희망까지도 포기하면서 칠포세대(七抛世代)가 등장했다.

어렵사리 취업과 결혼 관문을 통과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출산과 내 집 마련이다.

출산이야 부부가 사랑으로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이지만 내 집 마련은 그리 녹록지 않다.

과거 서울에서나 내 집 마련이 어려웠다고 하지만 이젠 제주가 전국서 가장 내 집 마련하기가 힘든 곳이 됐다. 몇 년 전부터 제주지역 부동산 가격이 ‘미쳤다’고 표현할 정도로 치솟고 있다.

귀농귀촌 열풍에 힘입어 제주를 찾는 인구가 연간 1만명을 넘고 있고 각종 개발 사업 진행, 혁신도시 개발 등으로 제주지역의 밭과 임야는 물론, 주택 등 모든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가 수그러들 줄 모르고 있다. 게다가 제2공항 부지 발표 역시 제주 부동산 폭등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 제주의 젊은이들은 대학진학과 취업 등으로 제주를 떠나면서 제주의 인구는 유입인구보다 전출인구가 더 많았다.

2010년부터 역전현상이 나타나 2014년에 1만1112명, 지난해는 1만4254명의 인구가 순증가했다.

이처럼 인구 증가와 함께 각종 개발사업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수그러들 줄 모르며 제주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 대지가 3.3㎡당 2791만원에 이르는가 하면 2000년도 3.3㎡당 340만원대 하던 신제주지역 아파트 분양가격이 최근 실거래가격은 1000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처럼 집값이 뛰면서 제주지역에서는 집을 구입하려고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다 보니 지난해 말 가계대출 잔액이 사상 처음 8조원을 넘어 8조2000억원으로, 2014년 말 6조3000억원보다 무려 1조9000억원이 증가했다.

이렇게 미친 듯 상승하는 집값 때문에 내 집 마련의 꿈은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맹자는 “스스로를 해치는 자와는 함께 말을 나눌 수 없고 스스로 버리는 자와는 함께 일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스스로를 해치는 자를 자포(自暴), 스스로를 버리는 자를 자기(自棄)라고 규정했다.

절망에 빠져 스스로를 포기하고 내팽개친다는 뜻의 자포자기는 인간의 도리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비록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이라고는 ‘송곳 하나 꽂을 수 있는 땅도 아닌 자립심’ 하나라는 자조 섞인 얘기를 하지만 더 이상 삶의 필수요소들을 포기하지 말고 젊은 패기로 이 난관을 헤쳐 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