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白虎)의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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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호랑이 전문가의 인터뷰를 통해 ‘일산일호(一山一虎)’라는 말을 알게 됐다. 경북 어느 지방에서 호랑이 울음소리가 자주 들린다는 주민들의 제보가 잇따랐다. 여기에 ‘혹시나’하는 호기심과 기대감이 더해져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자 언론들도 관심을 보였다.

 

국내 유명 대학 수의학 교수가 인터뷰를 통해 호랑이는 아니라고 하며 그 이유를 몇 가지 들었다. 우선 포효는 고양잇과 동물 중 호랑이와 사자만이 낼 수 있는 데, 호랑이는 평상시에는 포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쩌다 상대방을 제압하고자 할 때 ‘어흥’하며 단발성의 포효만 가끔 할 뿐이지 주민들이 들은 것처럼 수차례 포효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산일호(一山一虎)’라는 말을 덧붙였다. 말 그대로‘산 하나에 호랑이 한 마리가 산다’라는 의미다. 이 백수의 제왕은 같은 산에서 동료들끼리 패거리를 만들거나 사이좋게 동거하지 않고 혼자 생활하다 번식기에만 서로 만나 정분을 나눈다고 했다.

 

사실 ‘세불양립(勢不兩立)’이란 말처럼 호랑이처럼 힘이 비슷한 것들이 같이 있으면 서로 으르렁대기에 십상이다. 서로 충돌이라도 하게 되면 양쪽 모두 치명상을 입는다. 그래서 호랑이띠 부부들은 서로 덜 간섭해야 가정이 편안하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필자는 이에 동조하는 편이다. 살아봐서 안다.
 

▲호랑이 중 제일 상서로운 것이 백호(白虎)다. 실제 흰털을 가진 호랑이를 말하며 황호(黃虎)보다 용맹하다. 동양권에서는 신화나 민화에 등장하는 영물로 여겨왔다. 청룡(靑龍)ㆍ주작(朱雀)ㆍ현무(玄武) 등과 함께 하늘의 사신(四神)으로 불렸다. 이들 4신은 하늘의 사방(四方)을 지키는 신으로, 백호는 서쪽의 수호신이다. 고구려의 고분 벽화인 사신도에도 청룡ㆍ백호ㆍ주작ㆍ현무가 그려져 있다. 세상의 중심인 제왕을 수호하는 네 마리의 동물로 신격화한 것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풍수지리 용어로 사용하기도 한다. 주산(主山)에서 오른쪽으로 뻗어 나간 산줄기를 백호라 하고, 왼쪽 줄기를 청룡이라 했다. 청룡과 백호가 좌우에서 혈(穴)을 호위한다고 했다. 풍수가들은 청룡과 백호가 서로 어울려 주변을 여러 겹으로 감싼 곳을 명당이라 한다.
봉건시대가 아닌 오늘날에도 백호는 살아있다. 주군을 모시는 충신을 말할 때 ‘좌청룡ㆍ우백호’라는 말을 즐겨 언급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백호의 혼과 기상을 청소년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창설한 것이 1971년 백호기 전도 청소년축구대회다. 오늘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도민적 관심과 응원 덕분이다. 간섭을 받지 않은 탓에 도민적 축제로 성장할 수 있었다.
 

백호기에는 ‘백호의 기’가 서려 있다. 누구도 그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
 

고동수 편집국장 esook@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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