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言)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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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석. 변호사/수필가

바라보니 뜰 안에 어느새 봄기운이 완연하다, 귀 기울이면 매화나무 가지 사이로 벌들의 ‘윙윙’ 소리도 들린다. 능수매화의 코 찌르는 향기와 매화 차 한잔으로 겨우내 얼어붙은 마음은 스르르 풀린다. 이와 같이 꽃향기는 마음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만든다. 꽃향기는 바람이 있어야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만, 향기로운 말은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수년 전 제주에서 혜민 스님의 ‘마음치유 콘서트’가 열린 적이 있다. 스님이 제시한 마음 치유의 방법은 자비희사(慈悲喜捨)의 사무량심(四無量心)이다. 자(慈)는 성냄이 없는 마음으로, 자타 모두에게 예외 없이 모든 존재들의 번영과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다. 비(悲)는 동정심으로, 다른 존재들의 고통을 제거해 주려는 마음이다. 희(喜)는 더불어 기뻐하는 마음으로, 호의적이고 적극적으로 남들을 이해하여 주는 마음이다. 사(捨)는 평정심으로, 대상을 끌어당기거나 배척하지 않은 균형 갖춘 마음이다. ‘힐링’ 전도사인 이 스님의 트위터를 따르는 팔로워는 20여만 명에 달한다. 고즈넉한 산사보다 시끌벅적한 대도시에서 소통하고 공감한다. 여기서 내담자들은 영적인 휴식을 취하고, 삶의 의미를 맛보고 있을 터이다. 인간의 내면에 사무량심이 충만하면 주체적인 삶을 살면서 꽃보다 아름답고 봄바람보다 부드러워 진다.

말은 때와 장소, 상대에 따라 그 맛과 향이 다르다. 부부 사이, 부자 사이, 친구와 연인끼리의 말은 보통 다정다감하고 사적 공간에서 오고감으로 흐뭇해지고, 가슴이 달아오르고, 편안해진다. 때론 상대와의 감정 차이로 사소한 말다툼이 생기기도 한다. 어떤 화두에 대해 남자는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하는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고 여자는 공감받기를 원해서 그렇다.

변호사들은 법정에서 법리 논쟁을 한다. 언쟁보다 과격한 상황으로 번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논쟁은 가치관과 이해 충돌이란 점에서 설득이나 이해가 더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다. 이런 논쟁에서 양약(良藥)은 역지사지 입장에서 먼저 이해하기이다.

4·13총선이 코앞이다. 마치 홍수처럼 말이 넘쳐난다. 선거철이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특정 정치인 또는 예비후보에 대한 근거 없는 막말과 비방이 최근 SNS를 통해 더욱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어떤 이들은 말의 바다 속에서 헤엄치다가 물에 빠져 죽기도 하고 공처럼 물에 잘 뜨기도 한다.

발 없는 말은 천리를 달린다. 인터넷에 떠도는 다중의 헐뜯음은 뼈도 깎을 만큼 소름이 끼친다. 조선의 김시습은 대개 언어에 법도가 없으면 허물과 근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세 치의 혓바닥으로 다섯 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함부로 말을 하거나, 또는 감언이설로 사욕을 채우려 하거나, 칼보다 날카롭게 세상사를 단죄하려는 거친 말과 섬뜩한 말이 회오리칠수록 문화공동체는 불신의 늪에서 헤어날 길이 없다.

김대중 대통령은 정치는 연꽃처럼 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추기경은 내 지역구는 천국이라 덕담했다. 정치가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는 소통과 양보와 타협으로 정책을 만들고 헌신으로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꽃보다 아름답게 향기롭게 말하는 사람이 미학적(美學的) 인간으로 사는 것이 아닐까.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속담에서 화자(話者)의 느낌과 감정을 어떻게 전달하고, 그리고 남의 감정을 공감적으로 이해하는 지혜를 찾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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