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먹고 덜 버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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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수필가

점심시간이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식탁 귀퉁이에 붙은 스티커가 눈에 들어왔다. ‘직접 잔반을 한곳에 모아주세요.’ 손님과 신뢰 쌓기 첫걸음이란 캠페인으로, 협조를 부탁하는 안내의 글이다.

신선하고 반가운 마음에 그릇까지 가지런히 정리해 놓고 나왔다.

늘 미심쩍고 꺼림칙했었다. 음식점에서 나오는 찬들이 혹, 재사용되는 게 아닌지 하는 생각에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언젠가 훤히 보이는 깔끔한 주방으로 무심히 눈길을 돌렸던 게 화근이다.

금방 거두어들인 찬을 다시 찬 통에 비우는 걸 보는 순간, 시장기가 달아날 만큼 식욕을 잃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서비스 업종, 특히 먹는장사에 인정과 친절은 기본이다. 조금 담으면 야박하다 할 것이고 많으면 후하다 생각하는 손님들의 마음을 주인이 모를 리 없다. 가득 담겨 나오는 찬을 보면, 다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먹기도 전에 거북하다.

접시 가운데 놓인 갓 조리한 적은 양의 찬, 만든 이의 정성이 보이는 것 같아 젓가락을 함부로 놀리기조차 조심스러울 정도로 구미가 당긴다. 모자라면 맛있으니 더 달라는 칭찬 한마디로 서로 기분이 좋아질 게 아닌가.

어느 음식점은 김치를 옹기에 담아 놓는다. 먹을 만큼 덜어 먹도록 하는 게, 틀림없이 주방 안도 정갈하고 위생적일 것 같아 믿음이 간다.

남김없이 비운 빈 접시는 주인이나 손님 모두 바람직한 일로 앞으로 권장해야 할 일이다. 아예 차림표에 손님이 선택하는 식단제도를 마련하면 어떨까. 원가도 절감이 될 것이고 위생적인 신뢰가 다시 찾고 싶은 요인이 될 것인데….

가정이나 요식업체에서 배출되는 음식물쓰레기가 상당하다. 하루 수거량이 대략 150t 정도란다. 그나마 발효를 시킨 후, 퇴비로 사용된다고 하니 다행이다.

간혹 채 조리하지 못한 식재료들이 그대로 버려진 걸 보면 무심할 수 없다. 농부들의 땀으로 맺은 결실이 입으로 들어가지도 못한 채 쓰레기가 되다니.

동네 음식물수거통이 넘치고 오물로 뒤범벅인 경우가 허다하다. 조금만 신경 쓰면 일하는 사람들의 수고가 한결 가벼워질 게다.

쓰레기를 자원화하는 시대다. 쓰레기는 지저분하다는 인식을 바꿔 깔끔하게 처리하는 배려가 실천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제주는 연고사회라 경조사 문화가 유별하다. 그래선지 식장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가 상당하다. 먹다가 되돌아오는 음식을 버리기도 그렇고 아깝다고 한들 먹자니 선뜻 내키질 않을 것이다. 찬 가짓수를 줄이되 실하게 차려 뷔페식으로 접대하면 어떨는지.

해마다 버려지는 음식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부족해 결핍이 있어야 소중하고 필요한 것을 알 텐데. 풍족한 먹거리 시대가 아까운 걸 모르고 낭비를 조장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식사 자리에서 그 사람의 예절이 보인다. 어릴 적부터 어떻게 배우고 자랐는지. 평생 생활습관이 된다.

성인병의 주요 원인이 음식물로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 하는 문제, 간결하고 실리적인 식문화 생활을 실천하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덜 먹고 덜 버리는 생활, 조그마한 변화가 큰 변화를 이끌어 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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