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탓으로 돌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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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전 탐라교육원장/수필가
     
 

바람은 봄과 최고의 짝이다. 그중에도 봄바람은 그 부드러움과 따스함으로 만물생육을 어루만지는 너그러운 어머니의 손길과 같다.

봄의 축제가 시작되었다. 용감한 매화가 추위를 뚫고 봄을 알리더니, 그 뒤를 이어 목련이 담장 넘어 수줍은 듯 살포시 은백색 봉오리를 열어 가며 봄소식을 전한다. 들판에는 노란 유채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하루가 다르게 온갖 꽃들이 잔치마당에 나와 한데 어우러진다. 온 세상이 축제의 장이다.

그런데 기쁨과 흥겨워야 할 때에, 한 편에서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모 일간지에 난 기사다.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제주특별자치도연합회 등 도내 4개 민간단체는 8일 제주도청에서 냉해 피해 대책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32년 만의 한파와 대폭설로 하우스가 파손되고 노지감귤 열매와 수확해야 할 월동무까지 썩기 시작했다면서 현실적 피해 보상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일년의 농사를 망치고 망연자실했을 농부들의 마음 오죽했으랴. 누가 예상이라도 했을까. 그러나 앞에 닥친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평상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일깨워 주는 바가 크다.

사업을 한다는 것은 성공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사업에 성공할 확률은 실패할 확률보다 그리 높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착각에만 빠져 있다. 야구선수가 고작 3할 대를 치고도 최고의 선수라고 칭한다. 배트를 10번 휘둘러 3번 공을 맞추면 최고의 선수라고 하니, 성공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다.

사람들은 늘 성공하는 것에만 익숙해 있다. 실패는 생각조차 하기 싫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기에 실망도 더욱 크다.

우리사회에 치료해도 없어지지 않고 재발되는 병이 있다. ‘남의 탓’이란 전염병이다. 어떤 일을 하건 잘못되면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병이 낫기는커녕 더욱 저항력이 떨어져 증병을 앓게 마련이다. 스스로 면역력을 키우는 일이 필요하다.

옛말에 ‘사람은 노사희비공우경 (努思喜悲恐憂警)이라는 일곱 가지 정신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고 했다. 이 칠정(七情) 상태에서는 정상적인 사물의 판단과 지혜를 상실하게 되고 대신 정상에서 일탈된 감정으로 이끌리게 된다.

노할 때의 결심은 과격한 방법을 택하게 되고, 사색할 때의 마음은 결단성이 없으며, 기쁠 때의 행동은 이해를 따지지 못하는 범실을 하게 된다. 슬플 때의 행동은 될 대로 되라는 식의 포기를 하고, 두려울 때의 의사결정은 비관적인 결정을 하게 되며, 놀랄 때의 판단은 정도를 벗어나 해괴망측한 수단이나 방식을 택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 우리가 행동하는 데 지침으로 삼아도 될 듯싶다.

밥 한 톨이 그릇에 담겨 있으면 좋은 영양분이 되지만, 밖으로 떨어지면 음식물 쓰레기가 된다. 지금 자신의 맡은 일에 묵묵히 일하다 보면 금수저나 흙수저는 한낱 기우에 불과할 것이다.

봄볕을 따라 사려니 숲길에 들어섰다. 긴 한파에도 아랑곳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숲. 나무들마다 떨켜에는 새싹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어느 것 하나 남의 탓으로 돌리려는 것들은 없다 . 스스로 어려움을 해쳐나간다. 병신년 올 한 해 모든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마음껏 펼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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