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과 삼원색은 뛰어난 마술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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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부 교수>

백색광은 모든 색의 빛이 모인 결과물이다. 흰색은 색이 아니고, 어떤 색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라고 한다. 얼룩이 묻은 옷에 표백제로 처리하면 모든 색이 사라지고 옷은 하얗게 된다.

 

왜 흰색은 모든 색의 모임이기도 하고 아무 색도 없는 것이기도 할까? 태양으로부터 여행온 백색광은 모든 색, 모든 파장을 합친 것이다. 자연현상은 생각할수록 오묘하다.

 

사람들은 햇빛을 당연한 일상의 자연현상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이것을 중립적이라는 의미의 ‘백색’으로 명명했을 뿐이다. 이것은 사실상 ‘무색광’이라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빛이나 소리의 파장을 미소하게만 변화시켜도 다른 색, 다른 음이 표출된다.

 

백색광과 달리 ‘흰색 물체’는 빛을 받으면 그 속에 들어 있는 무수한 색의 빛을 전부 반사시켜 우리 눈으로 돌려보낸다. 즉 사람의 눈은 백색광, 흰빛을 수용하기 때문에 물체가 흰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색이 있는 물체의 분자들은 백색광 중 일부를 선택적으로 흡수·반사한다. 빛 중 일부가 흡수되기 때문에 반사되는 빛은 백색광과 구성이 상이하다.

 

흰 셔츠를 입고 빨간 머플러를 맨 사람이 무대에 서있을 때 빨간 조명을 비추면 사람 전체가 빨갛게 보일 것이다. 그의 의상이 반사할 수 있는 색이 빨강 한 가지 뿐이기 때문이다.

 

눈은 희게 보인다. 이 현상은 눈의 분자가 모든 색의 빛을 반사하기 때문이다. 눈처럼 액체 상태의 물도 H2O 분자로 구성되어 있지만 물은 무색이다. 빛은 물에 정면으로 닿으면 대부분 통과한다. 그래서, 물은 투명하다. 그런데 바닷물은 왜 아름다운 다양한 색깔로 화장을 할까?

 

눈은 빛을 잘 반사한다. 눈송이는 무수한 얼음 결정으로 되어 있으며, 이 개개의 결정은 거울처럼 빛을 반사하는 수십 개의 반짝이는 면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작은 보석과도 같다. 이 무수한 면에서 반사되는 백색광 때문에 희게 보인다.

 

눈과 다른 작용을 하는 검은 물체 속의 분자도 흥미로운 존재이다. 이것은 모든 색의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지 않는다. 색은 물체의 표면에서 반사되어 눈으로 들어오는 특정한 파장의 빛 몇 가지가 모인 것이라는 관점에서는 검정은 색이 아니다.

 

물론 우리는 검은 물체도 즐겁게 바라볼 수 있다. 그것은 물체가 빛의 일부를 반사하고 있음을 뜻한다. 검은 물체가 빛을 반사하는 것은 표면에 작지만 광택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은 물체는 비스듬히 입사하는 빛의 일부를 반사한다.

 

이런 흑·백의 탄생과 관련하여 모든 색의 기본이 되는 삼원색의 마술도 재밌다. 색광의 삼원색(red, blue, green)은 혼합할수록 명도가 높아지며, 이런 혼색을 가법혼색이라 칭하며 컬러 TV, 컴퓨터 모니터, 무대 조명 등에 이용된다.

 

색과 빛의 관계에서 시세포의 일종인 추상체에 대해 일별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색각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세 가지 추상체는 빛 스펙트럼의 넓은 폭 전체의 빛 에너지를 종합적으로 감지한다.

 

청추체는 450nm를 정점으로 한 400 ∼ 500nm, 녹추체는 530nm를 정점으로 한 500 ∼ 600nm, 적추체는 560nm를 정점으로 한 550 ∼650nm 범위의 빛을 감지한다.

 

색료의 삼원색(yellow, magenta, cyan)도 뛰어난 마술사이다. 이들을 이용한 혼합색은 원래의 색보다 명도가 낮아진다. 환언하면 어떤 색의 물체가 색을 내는 것은 특정한 파장의 빛을 흡수하고(감하고) 나머지를 반사시킨 결과이다.

 

그래서, 이들의 혼합을 감법혼색이라 칭한다. 이의 기본색들을 같은 양으로 혼합하면 이론적으로는 검정이 되지만 실제로는 검정에 가까운 짙은 회색으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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