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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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근 제주발전연구원 박사

현대사회는 사회현상의 대부분을 숫자로 표현하고 요약하며, ‘최근 조사(survey)에 따르면’이라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신문과 방송, 인터넷에서는 각종 그래프와 수치로 표현된 다양한 여론조사 결과를 쉴 사이 없이 발표하고 있다. 이제는 어떤 주장이나 기사도 조사결과를 요약한 숫자와 함께 제시되지 않으면 무언가 근거가 없는 비과학적인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특히 우리나라 공직선거는 여론조사의, 여론조사에 의한, 여론조사를 위한 선거라 할 만큼 여론조사의 영향력이 커졌다. 각 당의 후보자 선출을 위한 경선뿐 아니라 후보단일화 과정에 이르기까지 여론조사가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입법, 사법, 행정에 이어 제4의 권력기관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기도 한다.

이처럼 여론조사에 대한 필요성과 영향력이 증대되면서,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도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단순히 특정 의견에 대한 태도를 기술하는데 그쳤으나 최근에는 보다 정교한 설명과 예측을 요구하는 조사들이 많아졌다. 그런 점에서 여론조사는 매우 다양한 기능들을 갖고 있다.

4ㆍ13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후보자들의 지지율을 알려주는 여론조사 결과만큼 흥미로운 정보는 없을 것이다. 여론조사를 통해 도민의 의견을 파악하고 이를 근거로 사회적 이슈를 제기하면서 새로운 정치지도자를 유권자 앞에 소개할 수도 있다. 따라서 여론조사 보도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킨다. 또한 여론조사 보도는 후보자들의 지지율을 예측 가능하게 해줌으로써 정치환경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소시키고, 후보자나 선거 현안에 관한 다수의견을 알려 줌으로써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선택하는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기능은 물론, 공중의 호기심 충족과 정치적 힘을 부여한다. 후보자에게는 선거홍보 전략과 전술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그러나 여론조사의 역기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여론조사 결과가 후보자의 정책을 검증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할 뿐 아니라 언론사마다 비슷한 현안에 대해 상반된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아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심지어는 여론조사가 통계적 수치로 객관적인 것처럼 치장하여 여론을 오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여론조사 결과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 조사기관들은 기본원칙에 입각하여 표본추출을 보다 정확히 하여 비표본오차(nonsampling error)를 줄이고 객관적인 설문구성 등에 노력하고, 여론조사 보도 또한 정확성과 공정성, 즉 사회현상을 보다 과학적, 객관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조사결과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여론조사에 대한 지식과 안목을 넓혀 조사자로 하여금 올바른 조사를 수행하도록 하는 압력으로 작용하게 하여야 한다.

이제 선거가 며칠 안 남았다. 어느 해보다 치열한 각 당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여론조사기관은 정확한 여론조사를 위해 다양한 오차를 줄여야 할 것이고, 이를 보도하는 언론사는 감성에 치우친 경마식 보도를 지양하고 유권자의 이성적인 판단을 돕는 합리적 여론조사 보도를 위해 힘써야 한다.

끝으로 4·13 총선에 출마하는 각 당의 후보자들에게 미국의 어느 주지사의 연설내용을 소개하고 싶다.

“여론조사에 의존하는 지도자는 나약하고 패기가 없으며, 혁신적이지 못하고 오직 일시적으로만 성공을 거둘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가, 특히 선거로 당선된 지도자들은 국민에게 여론조사를 보여주는 결과를, 그것도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부분만을 얘기하려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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