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용눈이오름 - 조물주의 오묘함이 담긴 중산간 보물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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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굼부리 어우러져 용이 누운듯 기이한 절경…제주가 한눈에
▲ 용눈이오름은 휘감아 도는 능선과 능선 안쪽으로 이어지는 굼부리들이 똬리를 튼 한마리의 용처럼 보인다. 사진은 정상에서 본 능선과 굼부리 모습.

“중산간 광활한 초원에는 눈을 흐리게 하는 색깔이 없다. 귀를 멀게 하는 난잡한 소리도 없다. 코를 막히게 하는 역겨운 냄새도 없다.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그 어떤 것도 없다. 나는 그런 중산간 초원과 오름을 사랑한다.”


제주를 사랑한 사진작가 김영갑(1957~2005)이 남긴 말이다. 작가가 살아생전 가장 좋아했다는 용눈이오름.


송당에서 성산읍 방향 중산간도로(16번국도) 3㎞ 지점인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산28번지에는 용이 누웠던 자리 같다고 해서 용눈이·용논이·용눈오름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용눈이오름(해발 247.8m)이 있다. 한자로 ‘용이 누운 모습 같다’는 뜻으로 용와악(龍臥岳)으로도 표기한다.


용눈이오름은 남북으로 비스듬히 누운 부챗살 모양으로 전형적인 제주 오름의 모습이다.


민틋한 비탈의 등성이는 봄·여름이면 연초록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한 초원을, 가을·겨울이면 억새로 은빛바다를 이룬다. 또 야생화인 꽃향유(일명 향유화)의 군락지로 초록의 싱그러움과 어우러진 분홍색이 빛을 발하기도 한다.


용눈이오름은 위치상으로 제주도 동쪽 가장 끝에 자리해 제주의 산과 밭, 바다를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다.


오름은 높지 않지만 둘레가 2685m나 돼 능선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보려면 40분은 족히 필요하다. 오름 정상은 입구부터 천천히 걸어 올라가 15분~20분 정도면 비교적 쉽게 닿을 수 있는데 정상에는 세 개의 능선이 말발자국처럼 자리하고 있다. 끊어질 듯하다 휘감아 도는 능선과 능선 안쪽으로 굼부리(분화구)와 굼부리가 이어지는 모습은 똬리를 튼 한 마리의 용을 연상케 한다.


이런 세 개의 분화구를 함께 가진 복합형 화산체는 360여 개의 오름 가운데서 용눈이오름 만이 가지는 특색이자 매력이다.


정상부터 분화구를 따라 능선을 한 바퀴 돌다보면 오름의 매력은 한껏 더 발휘된다. 한라산, 동검은이오름, 백약이오름, 손자봉, 좌보미오름 등 360도로 펼쳐진 제주의 내륙과 바다는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여유를 갖고 좀 더 걷다보면 성산일출봉·우도가 담긴 바다도 만날 수 있다. ‘진짜 제주’를 한눈에 담기위해선 용눈이오름 만한 곳이 없다.

 

▲ (故)김영갑 작가의 손때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갤러리두모악.

김영갑과 갤러리두모악--제주를 사랑한 작가, 그 섬속에 영원히 살다

 

구름이 숨을 쉬는 걸까? 살아서 움직이는 듯 한 구름, 이 사진 한 장을 얻기 위해 몇 번의 셔터를 눌렀을까?


서귀포 성산읍 삼달리에 위치한 김영갑갤러리두모악. 작은 폐교를 개조해 만들었다는 갤러리는 ‘오름의 거장’ (故)김영갑 작가의 손때가 고스란히 묻어 있다.


김영갑 작가는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다. 1982년 제주도를 오가며 사진 작업을 하던 중 섬에 매혹되어 1985년 정착했다.

 

▲ 갤러리두모악은 (故)김영갑 작가가 폐교를 개조해 만들었다. 사진은 갤러리 정원 모습.

밥 먹을 돈을 아껴 필름을 사고, 배가 고프면 들판의 당근과 고구마로 허기를 달랬다는 작가는 자신의 앵글 속에 섬을 남기기 위해 모든 영혼과 열정을 바쳤다.


작가는 어느 날부터 사진을 찍을 때면 셔터를 누르는 손이 떨리기 시작했고, 이유 없이 허리에 통증이 왔다. 루게릭병이었다.


병원에서 3년을 넘기기 힘들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창고에 쌓인 사진들을 밖으로 끌고 나왔다. 점점 퇴화되는 근육을 놀리지 않으려고 손수 몸을 움직여 사진갤러리를 만들었다. 그렇게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은 2002년 문을 열었다.


투병생활 6년 만인 2005년 5월 29일 김영갑은 그가 만든 두모악 갤러리에서 잠들었다. 이제 김영갑은 그가 사랑했던 섬 제주에 그가 사랑한 사진과 영원히 함께 있다.


제주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은 갤러리두모악에서 만날 수 있다.


임주원 기자 koboki@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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