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가 길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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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혜 부모교육 전문 강사

세 살과 여섯 살, 그리고 아홉 살 삼남매를 키우는 어머니가 계시다. 늦은 결혼에 세 아이까지 낳아 키우느라 정신이 없다시면서도 늘 유머와 기지가 넘치는 분이셨다. 그런데 아이에게 한 번 화를 내게 되면 적당한 선에서 화를 그만 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아  결국 아이도 지치고 엄마도 힘들다고 하신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꼭 화를 내는 것만이 아니라 훈육을 해야할 때도 감정의 절제나 단절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훈육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화라는 감정까지 가지 않고 훈육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쩌다 보면 화를 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는 더더욱 부모가 먼저 감정을 정리할 필요를  느껴야 한다.


예를 들면 TV 보는 시간을 정해 놓고 보기로 했는데 엄마가 시장 보고 오는 사이에 약속한 시간을 넘기고도 계속 TV를 시청하는 아이에게 엄마는 그 동안 몇 번의 훈육도 하고 그러다 안되면 결국 화를 내게 된다.


“여러 번 약속을 지키지 않으니까 엄마는 실망해서 저녁 차릴 마음도 들지 않는구나!”


엄마의 화난 모습을 보고서야 기가 죽어 자기 방으로 들어가 책을 읽고 있는 아이에게 더는 안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여기서가 문제다. 사실 부모들도 더 이상 화를 내고 싶지는 않은데 갑자기 부드럽게 말을 하면 조금 전 어머니가 실망했다는 말의 약발이 들지 않을까봐, 혹은 습관이 고쳐지지 않을까봐 긴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이도 야단맞은 마음을 풀지 못하고 그 다음 단계의 일상 생활에서도 주저주저 하게 되고 부모 눈치를 살피게 된다. 부모가 먼저 분위기를 풀어야 일상으로의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하자.


저녁 식사 준비가 다 되었으면 아이 방으로 가서 부드럽게 아이를 부른다.


“00야! 저녁 먹자.” 그리고 식탁에 앉은 아이가 시무룩하게(이때 아이도 부모 눈치가 보여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기가 힘들다) 식사를 하고 있으면 더더욱 부드럽게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을 아이 가까이 놓아주며


“이거 00가 좋아해서 엄마가 준비한 건데 많이 먹어. 엄마가 우리 00 사랑하는 거 알지?” 하고 몇 마디만 더 해주자. 그러면 긴장하던 아이도 엄마 마음이 풀린 걸 알고 활기있게 식사를 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아까 하지 못했던 말, 사과나 변명을 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이때도 물론 중요하다.


“알았으니까 밥이나 먹어.” 라고 하면 절대 안된다. 엄마가 듣기에 단지 변명일 뿐이지만 “그랬구나. 그래서 그때까지 보게 된 거구나.” 라고 한 다음에 엄마의 생각, 혹은 규칙을 환기시키면서 오류가 있었던 것을 이제부터 바로 잡으면 된다. 물론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이해가 되면 또한 얼마나 다행인가? 우리 아이가 일부러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기회인데…. 그러면 그것 또한 엄마에겐 더할 수 없는 보너스인 셈이다. 잠시 흐트러진 감정을 정리해 제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부모가 진정 성숙한 부모임을 기억하자.


백나용 기자 nayong@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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