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을 심판한 民心
오만을 심판한 民心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대영, 편집부국장
충격적인 결과를 내놓은 4·13 총선은 위정자들의 오만에 대한 민심(民心)의 심판이었다.

거대 여당에 대한 민심은 오만과 독선의 정치를 펼치면 누구라도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줬다.

이 같은 민심의 따끔한 회초리는 2000년 16대 총선 이후 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을 만들었다.

다산(茶山) 정약용은 그의 저서 ‘목민심서’에서 목민관이 반드시 유의해야 할 것으로 ‘민심을 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자기 수양을 통한 청렴이 중심이 돼야 하고, 민심에 거슬리지 않도록 해야 하며, 민심의 호응을 얻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20대 총선에서 민심을 사지 못한 제주지역 여당 후보들도 중앙정치와 같은 결과를 지켜봐야 했다.

새누리당은 도민들에게 집권여당의 힘과 여당 도지사를 내세우며 여당 국회의원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또 다시 1석도 건지지 못하면서 16년 연속 3개 선거구에서 야당 국회의원 체제를 허용했다.

선거가 시작되면서 새누리당 예비후보 3명이 현직 도지사를 내세운 ‘원희룡 마케팅’을 들고 나왔다.

이에 대해 야당의 반발은 물론 당내 경쟁자들도 반발했지만 원희룡 지사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원희룡 마케팅’을 내세웠던 예비후보 3명 중 2명은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고, 제주시 갑 선거구 후보도 본선 경쟁의 턱을 넘지 못하면서 오히려 원 지사에게 정치적 부담만 안겨줬다.

여기에 전직 도지사들이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에 임명되고 특정 후보의 선거운동을 지원하면서 제주사회에 망령처럼 떠돌던 ‘제주판 3김 시대’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도민들에게 안겨줬다.

전직 지사들이 특정 후보를 지원하고 나서면서 이들의 측근들도 어김없이 행보를 같이했고, 상당수의 전직 고위공무원들이 선거사무소와 유세장에 얼굴을 내비치며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도민들은 불안했을 것이다.

또 다시 이들이 지원하는 후보가 당선되면 ‘상왕 정치’가 되지 않을 것인지를, 구태정치가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를.

이를 두고 도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선거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인지, 도지사를 뽑는 선거인지 모르겠다”며 전직 지사들의 세 과시 무대로 변질됐다는 냉소가 이어졌다.

이와 함께 후보들의 재산 신고 누락과 재산 증식 의혹 등이 부각되면서 민심은 급격히 돌아섰다.

청렴이 중심이 돼야 하고, 민심에 거슬리지 않도록 해야 하며, 민심의 호응을 얻어야 한다는 정약용 선생의 가르침을 모두 역행한 것이다.

스스로 ‘험난한 길’을 개척하지 못하고 전·현직 지사를 등에 업고 ‘쉬운 길’을 택하려 했다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위정자들에게 국민들이 어떠한 심판을 내리는지 다시 한 번 깨우쳐 주는 선거였다.

유권자의 선택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구를 반영한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과 달리 민심이 바라는 변화와 개혁, 희망을 담지 못하는 정치는 그야말로 ‘죽은 정치’다.

지금은 여야 모두 국민 앞에 납작 엎드린 상태지만 언제 다시 구태를 보일지 모른다는 것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정치권 모두가 이번 총선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민심이 원하는 바를 겸허히 되돌아봐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