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발과 무관심에 무너지는 '탐라의 만리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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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해장성(下) 문화재 지정 10곳.5km 남짓 불과
▲ 2007년 복원된 제주시 화북동 별도 환해장성은 채석장에서 네모 반듯 하게 자른 돌로 복원해 원형을 잃어버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고려와 조선 두 왕조에 걸쳐 해안선을 따라 제주도를 빙 둘러싸고 600년 동안 구축한 돌담성이 ‘환해장성(環海長城)’이다.

옛 문헌에 ‘탐라의 만리장성’으로 기록된 환해장성은 3백리(120㎞)에 이르렀다.

겉으로는 무질서하게 쌓인 것처럼 보이지만 중심돌(큰 바위)로 내벽과 외벽을 먼저 세웠다. 그 안에는 크고 작은 잡석을 채웠다. 밖에서 보이는 틈에는 촘촘히 잔돌을 끼웠다.

축성 형태는 바다 쪽 비탈 지형의 아래 부분은 잔돌을 채운 후 기단석(基壇石)을 세웠고, 상단으로 갈수록 작은 돌로 쌓아 견고하게 지었다.

축성 방법은 돌을 수평 줄에 맞추지 않고 서로 엇갈려가며 허튼층 쌓기를 했다. 돌과 돌이 층을 이루지 않고 맞물려 있어서 든든한 방어시설이 됐다.

환해장성의 평균 높이는 2~4m, 폭은 1.8m 내·외다. 돌담성 안쪽에는 사람들이 경계를 서고, 성을 따라 돌 수 있는 통로인 회곽도(廻郭道)가 설치된 곳도 있었다.

외침을 막기 위해 돌멩이 하나하나를 차곡차곡 쌓은 환해장성 가운데 10곳은 1998년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재(기념물 제49호)로 지정됐다.

제주시 지역은 화북 곤흘동(140m) 화북 별도(620m), 삼양(280m), 애월(362m), 북촌(263m), 동복(150m), 행원(310m), 한동(290m) 등 8곳, 서귀포시 지역은 온평(2120m), 신산(600m) 등 2곳이다.


그런데 이를 모두 더해도 총 길이는 5135m에 불과하다.

 

▲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 환해장성은 비지정 문화재로 밭담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 외에 제주시에는 귀덕·금능·수원·신촌·신흥·월령·월정·조천·하도·함덕 등 10곳과 서귀포시에는 예래·태흥 등 2곳에 흔적이 남아 있지만 비지정 문화재여서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

환해장성은 해안가 지천에 널려 있었던 파도에 닳고 닳아 둥글둥글한 ‘몽돌’을 주로 이용했다.

그런데 환해장성은 1970년대 일주도로 181㎞ 전 구간 포장과 맞물려 공사용 잡석으로 이용돼 아스팔트 밑에 깔리게 됐다.

1990년대에는 해안도로 개발 붐이 일면서 제주섬의 울타리는 급격히 사라졌다.

도내 최대 규모의 온평 환해장성은 1990년대 양식장 취·배수관 공사로 일부가 파괴됐다. 애월·태흥 환해장성 역시 양식장이 들어서면서 일부가 유실됐다.

 

▲ 서귀포시 예래동 환해장성이 카페 신축 공사로 허물어지고 있다. 이곳은 논짓물 해안을 따라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환해장성이 훼손되고 있다.

화북동 별도 환해장성은 밭담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예래동 환해장성은 논짓물 해안을 따라 카페와 민박이 들어서면 훼손이 가속화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일부 해안마을은 지역 발전과 개발에 걸림돌이 된다며 환해장성의 문화재 지정에 반대하고 있다.

더구나 뒤늦게 시작된 복원 사업은 되레 원형을 잃어가면서 ‘엉터리 복원’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화북동 별도 환해장성은 채석장에서 네모 반듯 하게 자른 돌로 복원했다.

이 일대 해안에 널려 있던 둥근 몽돌은 해안도로 개설과 화북포구 매립재로 쓰는 바람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남원읍 태흥 환해장성도 밭담과 채석장 돌로 복구해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환해장성 복원 공사를 공개 입찰을 통해 여러 석공업체에 맡기면서 문제가 됐다. 업체마다 방어유적을 일관성 없이 복원하다보니 밭담처럼 쌓거나 자연스러운 돌담성이 아닌 네모반듯한 인공적인 성곽으로 구축됐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볼 때 환해장성의 기본 형태는 활 모양으로 굽은 궁형(弓形)을 띄고 있으며, 성 위에는 ‘凸’자 모양을 연속해서 쌓은 성벽도 있었다.

화북동과 귀덕리에서는 배수로가 확인됐으며, 북촌리에는 바다로 출입하는 성문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환해장성은 군사적인 목적 외에도 해풍으로 인한 농작물의 염분 피해를 막아주는 역할도 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사유지 매립 문제와 고증 자료 부족, 해안의 몽돌 유실로 환해장성 복원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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