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의 부메랑 의미를 되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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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전 탐라교육원장/수필가

우리에게 사계절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나름대로 독특한 특성을 가지면서도 서로 우격다짐 하거나 등을 돌리지 않는다. 만물을 품고 살다, 때가 되면 자리를 물려주고 미련 없이 떠난다. 인간들은 좋다 싫다 구시렁거리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다할 뿐, 누구를 탓하거나 싫은 소리 하는 일도 없다. 도인(道人)의 모습이다.

요즈음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백세 시대라 건강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물론 건강을 위해서 산을 찾기도 하지만 속세에서 물든 때를 조금이나마 씻어내려 한다. 슬프면 슬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살갑게 맞아 주는 넉넉함에 반하여 언제나 산을 오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따사로운 봄 햇살에 이끌려 산을 오른다. 백 가지 약초가 자생했다는 백약이 오름이다. 보기에 그리 높지 않아 얕잡아 보았는데, 몇 발자국 옮기자 벌써 이마에 송알송알 땀방울이 맺히고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발걸음은 점점 무디고 굼떠 간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까지 내 편이 아니다. 손 내려놓고 물끄러미 쳐다만 본다. 힘이 부치자 괜히 울화가 치민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정상에 오르자 삽상한 바람이 달려와 땀을 닦아 준다. 내가 올라온 길이 헛되지 않았음에 환한 미소가 번진다. 숨을 고르고 먼 산을 향하여 “야호~”하고 목청껏 외쳐 본다. 그 소리가 산울림으로 돌아온다. 판박이 내 목소리다.

호주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박물관에서 신기하게 생긴 물건을 보고 안내자에게 물었다. 그곳 한 원주민 부족이 사용하던 기구로, ‘부메랑’이라고 하였다. 원주민들은 약 1만 년 전부터 사냥과 전쟁에서 부메랑을 사용해 왔는데, 목표물을 향해 던지면 회전하며 날아가고 목표물에 명중하지 않으면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부메랑의 유래담을 현지에서 들으니 더욱 실감이 났다.

문득 한 토막 일화가 떠올랐다. 길가에서 한 사람이 노스님에게 일방적으로 욕을 퍼붓고 있었다. 지나가던 나그네가 하도 딱하여 사유를 물었다. “스님은 왜 한마디 대꾸도 하지 않습니까?” 스님이 말했다. “선물을 보냈는데 그것을 받지 않으면 누구에게 갑니까?” 나그네가 대답했다. “그것은 원 주인에게 돌아갑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이 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욕은 누구에게 돌아가겠습니까?” 그때서야 나그네는 스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노스님의 높은 덕에서 삶의 부메랑을 되새겨 본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거침없이 막말들을 마구 쏟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우쭐대며 당연시한다. 피를 입에 물고 뿜으면 먼저 자신의 입이 더러워지는 것은 자명한 일일 텐데….

말은 마음의 거울이라고 한다. 말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의 인품을 대략 짐작할 수가 있다는 의미다.

우리들의 생각, 말, 행동은 언젠가는 부메랑이 되어 꼼짝없이 자신을 명중시킨다. 내가 한 언행과 신념, 감정 등은 공중으로 흩어지는 먼지와 같은 게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삶에 있어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동기가 된다.

악하고 부정적인 말과 행동은 절망과 패배를, 선하고 긍정적인 생각과 말은 기쁨과 희망의 열매를 맺는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언행은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 마음에 새기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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