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한 형세를 먼저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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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절대적 열세인 환경을 우선 자신들의 유리한 쪽으로 돌리려고 무진 애를 썼다. 성공을 보장받을 수 없기에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덤빌 수밖에 없었다. 3만 장에 이르는 셀프카메라 사진을 찍어 공유할 정도로 스킨십을 했다. ‘삼 세 판’에도 굴하지 않고 주위로부터 시끄럽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담벼락을 찾아 말을 걸었다. 이른바 ‘벽치기 유세’를 했다. 사람이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아파트 벽 등을 보고 혼자 연설을 한 셈이다. 주민들과 숙식을 하며 미치도록 일하고 싶으니까 기회를 달라며 미치게 사정을 했다. 4ㆍ13총선에서 난공불락 같았던 지역주의와 사투를 벌여 당선된 새누리당 정운천 당선인과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당선인, 새누리당 이정현 당선인을 두고 한 말이다.


제주 지역 당선인들도 여기에 뒤지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당선인과 위성곤 당선인도 제주사회에 깊게 뿌리 내린 연고주의를 극복했다.


▲불리한 환경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만든 후 싸움을 걸라는 말은 손자병법에도 나온다. ‘선승구전(先勝求戰)’이다. 승리하는 군대는 먼저 이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든 뒤 전투에 임한다는 말이다. 동양의 많은 전략가는 이 말을 금과옥조처럼 여겼다.


대표적인 인물은 이순신 장군이다. 명량해전 때 10여 척으로 대규모 일본 함대와 맞서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서 우선 고민한 것은 ‘이길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었다. 지형ㆍ조류 등 지리적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물살이 센 ‘울돌목’을 격전지로 택했다. 일본 수군은 이곳에 이르자 순식간에 거꾸로 바뀐 급속 조류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대반격을 감행, 대승을 거두었다.


일본의 전설적인 사무라이인 미야모토 무사시도 싸워야 할 상황이 아니면 싸우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에게는 지금도 검객이면서도 전략가란 말이 붙는다. 싸울 때면 미리 지형지물을 파악해서 유리한 곳을 선점하는 등 완벽하게 준비했다. 그는 평생 60여 차례의 진검 대결을 벌였지만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고 한다. “스스로 무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만큼 쓰러뜨리기 쉬운 적은 없다.” 그가 남긴 말이다.


▲선거는 구도, 바람, 인물 등 삼 요소에 의해 결정 난다고 한다. 여당 입장에선 제주 총선은 예전 어느 선거보다 호기였다. 삼 요소 가운데 구도와 바람은 자신들이 쥐고 있는 패나 다름없었다. 구도는 일여다야(一與多野)였고, 바람도 특정 정당의 ‘독식’이 아닌 ‘분할’쪽이었다. 그런데 또 다른 핵심 요소인 인물에서 틀어지면서 ‘선승’에 균열이 생겼다.


무턱대고 돌격 앞으로만 해서는 승산이 없다. 우리네 인생살이도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고동수 편집국장 esook@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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