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지사들이 스스로 그린 부끄러운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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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구. 애월문학회 회장·시인/수필가

지난 4·13 총선에서 전직 지사들이 노욕에 눈이 멀어서 스스로 그린 자화상(自畵像)은 명예도 체면도 다 잃고 추한(醜漢) 모습만 남겼다.

전직 지사로서 제주 사회의 통합과 갈등의 조정 역할에 최선을 다 하는 원로의 모습을 갈망하고, 보고 싶어 하는 도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도민 사회에 참다운 원로로서 처신에 신중 또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도 전직 지사와 그 측근 세력들이 선거 캠프 전면에 나섬으로써 공직사회 줄 세우기와 공직자가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게 했다.

또한 현직 지사 역시 처신에 신중해야 함에도 현직 지사와 후보가 나란히 찍은 대형 걸개를 바라보는 일반 시민들의 마음은 정말 불편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했으며, 도민을 멸시하는 오만함의 극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전직 지사는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서 말하는 탐·진·치의 삼독(三毒)에 빠진 결과이다.

노자의 도덕경에서는 인간이 만든 것 가운데 가장 끔찍한 것이 권좌요, 가장 더러운 것이 화폐라고 했다. 높다고 제일인 척하면 스스로 허물을 누리에 끼친다. 높은 자리에 있다 보면 자만이 심해지고 부끄러운 것이 없어진다. 그래서 겸손 또 겸손해야 한다고 경책(警責)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교만한 위정자(爲政者)는 오직 사람들의 머리 위에 서기를 즐긴다. 그 사내가 권좌에 오르면 그 계집의 걸음걸이가 달라진다고 했으며, 권력이나 금력을 잡아 힘 있다고 으스대다가 나라를 그르치고 자기를 망친다고 했다. 오물이나 폐수를 마구 버리는 거악지(居惡地) 사람들이다.

권좌에 올라가는 것보다 권좌에서 내려오는 것이 더 힘들다고 한다. 권좌의 정상에 서 본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희열과 특권은 분명히 있고, 그것을 놓치지 않고 오래 간직하고 또 차지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은 권좌의 단맛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끝까지 노욕(老欲)에 매달리다가 추한 모습으로 떠밀리다시피 내려오고, 지혜로운 사람은 적기를 알고 미련이 남아도 물러서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헌신하고 봉사하며 그 가운데서 삶의 희열을 느낀다.

그래서 제주 사회가 바로서기 위해서는 사회 원로들부터 대쪽 같은 선비의 기개처럼 바로 서고 경험으로 터득한 지식이나 지혜를 후대에게 불려줘야 한다. 즉 나이가 들수록 경험과 많은 것을 볼 줄 아는 혜안이 많을 테니, 그 만큼 인생에 대해 후대가 경청할 만한 가치 있는 말과 행동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해가 질 때 노을이 아름답듯, 나이가 들수록 더 아름다워야 한다. 나이가 들면 100번 잘하기보다 한 번의 실수와 실패하지 않도록 행동에서 스스로 자숙하고 주의하라는 말은 17세기 작가 발타 그라시안(Balthsar Gracian)의 ‘세상을 보는 지혜의 책’ 내용이다. 이 책의 내용처럼 찬란한 태양일 때는 아무도 바른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그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머리를 조아리고 싫은 소리나 민심의 소리엔 눈과 귀를 막아 버리는 인의 장막에 둘러싸이게 된다. 나이가 들면 보이는 것만이 아닌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아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노욕을 부리다가 실패와 좌절을 맛보게 될 것이며, 세상의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욕심을 버리고 이웃을 돕는 사랑과 자비의 실천이 나이듦과 사회 원로의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떠난 뒤에도 그대로 남아있는 것은 덕행과 베풂의 흔적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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