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전환이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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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전 탐라교육원장/수필가

잔인한 달, 4월. 불현듯 엘리어트의 ‘황무지’ 시 한 구절이 가슴에 와 닿는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로 봄비를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을 키워 왔다….”

긴 겨울, 꽁꽁 얼어붙었던 황무지에서 새 생명들을 잉태하는 그 수고가 경이로움을 넘어 잔인하게 비춰졌을까.

우리의 올 4월은 어느 해보다 잔인했다.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에서 대부분 후보들이 낙선을 했으니, 잔인함을 달리 어떤 것으로도 표현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란 생각이다.

그런데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사람들 중 많은 후보들이 범법자란다. 모범을 보이고 법률을 제정하거나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입법을 담당하겠다는 사람들이 솔선수범하기는커녕 오히려 법을 어기고 이기만을 위하여 사회 질서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니 실로 놀랍고도 말문이 막힌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회원국 중 행복지수와 삶의 질 조사에서 최하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보다 경제면에서 뒤떨어진 나라들이 행복지수가 더 높다고 하니 아이러니 한 일이다.

이는 법과 질서를 어기면서까지 자신만을 생각하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란 인식이 결여된 데서 오는 병폐란 생각이다.

모 신문 기사다. ‘도내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버스 시간표 일부가 누군가에 훼손되어 이용객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문제는 시간표 일부가 찢겨져 방치되어 있는데도 누구 하나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시민들이 버스 도착시간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면서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한다.’ 시민의식이 실종됐다는 얘기다.

도처에 이와 유사한 일들이 적지 않다. 도민들의 건강을 위하여 이곳저곳에 만들어 놓은 체력장 기구는 파손되어 녹슨 채 방치되고, 인도에 차를 막기 위해 세워놓은 볼라드는 나뒹굴고, 오름을 오르다 보면 골짜기에는 누가 버렸는지 알 수 없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마도에 간 적이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주위를 살폈다. 환경이 깨끗했다. 길거리에는 불법주차도 없다. 집집마다 크고 작은 차고지가 있어 가지런히 주차되어 있지 않은가. 눈을 크게 뜨고 찾아도 휴지나 쓰레기는 보이지 않는다. 이곳 사람들은 평상시 솔선수범하며 공동체 생활이 몸에 밴 듯했다. 부러움을 뛰어넘어 가슴속으로 부끄러움이 와락 밀려왔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법과 규정을 엄격하게 지키고 당연시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그 나라 사람들의 정신이 어느 정도 깨어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아무리 경제가 좋아도 국민의식이 바로 서지 않으면 복지 사회는 묘연하다.

혼자선 존립할 수 없는 게 사회다. 그러기에 나보다는 ‘우리’라는 생각을 마음 밭에 심고 살아야 한다. 나와 남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함께 공생하는 관계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편협함보다는 나만이라도 하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

삶의 주체는 나다. 모든 일은 나로부터 출발한다. 내가 어떤 마음과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선할 수도 있고 악할 수도 있다. 선한 것이라면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행하고, 악한 일이라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행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들의 의식 개혁은 큰 것이 아닌, 작은 것의 실천에서 비롯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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