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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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시여/ 아무리 거친 화염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힘을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안고/ 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당신의 뜻에 따라/ 내 목숨을 드릴 때/ 당신의 손으로 내 아이와 가족을 축복하소서.’

 

1958년 미국의 스모키 린이라는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서 3명의 어린이를 구하지 못한 안타까움에 썼다는 ‘소방관의 기도’란 글이다.

 

소방관으로서의 바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01년 화재 때 순직한 우리 소방관의 책상 위에서 발견돼 많은 이를 울린 글이기도 하다.

 

소방관들의 신념은 ‘제일 먼저 들어가서 제일 나중에 나간다(First In, Last Out)’는 것이다.

 

사람들이 위험을 피해 나올 때 소방관들은 그 위험을 향해 간다.

 

목숨 걸고 달려가는 직업인 탓에 그들의 평균수명도 가장 짧다.

 

▲9·11테러로 뉴욕 세계무역센터가 화염과 연기로 뒤덮였다.

 

탈출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인 비상계단에서 거꾸로 올라가는 소방관이 카메라에 잡혔다.

 

왜 올라가느냐고 묻자 소방관은 “이게 나의 일”이라는 말을 남긴 채 사라졌다.

 

당시 347명의 소방관이 순직했다.

 

9·11 순직 소방관 유족에게 정부와 뉴욕시 등이 전달한 보상금은 1인당 46억원에 달한다.

 

미국은 10월 첫 주가 ‘전국 소방관 추모기간’이다.

 

대통령 부부가 소방관 유족을 초청해 위로하는 자리에 시민들이 모여든다.

 

프랑스도 매년 6월 셋째 토요일이 ‘소방관의 날’이다.

 

소방관이 2명 이상 숨지는 사고가 나면 대통령이 장례식에 참석해 최고 훈장을 바친다.

 

이렇듯 미국·유럽에서 소방관은 선망의 대상이며 순직하면 유족 생계도 나라가 책임진다.

 

▲엊그제 한 TV에 방영된 ‘슈퍼맨의 비애’는 더할 수 없이 충격적이다.

 

국민안전의 최전선을 지켜내는 소방관들의 아픔을 외면하는 우리 사회의 의식을 고발했다.

 

최근 5년간 소방공무원의 순직자가 27명, 자살자가 41명이라고 한다.

 

100명 중에 1명은 온종일 죽음을 생각하며 괴로워하고, 40%가 우울증에 시달린다.

 

70% 이상의 소방관들이 심리치료를 거부하는 건 더 큰 문제다.

 

이쯤이면 최악의 감정 노동자들임에 틀림없다.

 

주 80시간 넘게 일하지만 위험수당은 5만원, 화재진압수당은 8만원이 고작이다.

 

우리나라에선 소방관을 그저 ‘불 끄는 사람’ 정도로 인식하는 거다.

 

그들의 처우와 인권을 끌어올릴 방법은 정녕 힘든 걸까.

 

10년 근속한 소방관에게 1년 안식휴가를 주자는 입법안도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함성중 미디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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