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후보들의 언어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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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제주대 교수/논설위원

필자는 며칠 전 미국 카네기 멜론대 언어기술연구소가 3월 15일에 발간한 ‘2016년 미국 대선 후보 연설의 가독성(readability) 분석’ 이란 보고서를 읽었다. 이 보고서는 미국 대선 주자들의 경선 승리 스피치 등에서 보인 어휘 및 문법 구사력과 함께 일부 전?현직 대통령의 주요 연설문에 나타난 어휘와 문법 사용 수준을 분석하고 있다.

연구소 측은 ‘win’이라는 단어는 주로 초등학교 3학년에 꽤 자주 등장하며, ‘successful’은 중학교 1학년에 더 자주 나타나고, ‘determine’은 고등학교 2학년에 나온다며 어휘 수준의 예시를 하고 있다. 문법의 경우 종속절은 초등학교 2학년에는 거의 볼 수 없으며, 중학교 1학년에는 아주 흔하게 나타나는 문장 구조로 보고 있다.

분석 결과 트럼프의 어휘는 중학교 1~2학년, 문법은 초등학교 5~6학년 수준으로 후보들 가운데 가장 낮았으며, 샌더스는 고등학교 1~2학년 수준의 가장 높은 어휘력과 중학교 1학년 정도의 문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린턴의 경우 연설마다 어휘 수준의 차이를 보여 초등학교 6학년에서 고등학교 2학년 사이의 어휘를 선택하고, 문법은 중학교 1학년 수준을 구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크루즈는 어휘력에서 중학교 2학년, 문법 수준에서 중학교 1학년, 루비오는 중학교 3학년의 어휘 수준과 중학교 1학년의 문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전 현직 대통령들의 어휘 사용에서는 레이건 전 대통령이 고등학교 2학년 수준으로 가장 높았고, 부시 전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고등학교 1학년, 링컨 전 대통령이 중학교 3학년, 클린턴 전 대통령은 중학교 2학년 수준을 보였다. 문법 수준이 가장 높았던 대통령은 게티즈버그 연설을 한 링컨으로서 그의 문법은 고등학교 2학년 수준이었으며, 레이건 전 대통령은 중학교 3학년, 클린턴 전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중학교 1~2학년 수준이었다. 부시 전 대통령의 문법은 초등학교 5학년 정도로 조사됐다. 미국 대선 후보들과 전·현직 대통령의 언어 구사에 대한 이 연구 결과는 우리들에게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첫째, 쉽고 간단한 어휘를 연설에서 사용하는 것이 청중을 사로잡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전문적인 단어보다 음절이 짧고 단순한 어휘와 문장이 대중들에게 뜻하는 바를 강하게 전달할 수 있다.

둘째, 힐러리 클린턴처럼 연설을 듣고 있는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어휘를 적절히 선택하는 것이다. 그녀는 네바다 주의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는 초등학교 6학년 수준의 어휘를,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승리 연설에서는 중2 수준, 뉴욕의 대학에서 행한 경제 관련 연설에서는 고2 수준의 어휘를 사용했다.

셋째, 링컨의 연설문에서 보듯이 문법 수준은 높아도 어휘를 다양하고 쉽게 함으로써 메시지를 인상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란 문구로 유명한 게티즈버그 연설에서는 헌신(dedication)이란 단어를 동사, 형용사, 명사의 형태로 반복 사용함으로써 민주주의 이념과 가치를 잘 표현하고 있다

어휘를 다채롭게 구사하여 현대인들의 심금을 울린 사람 중에 셰익스피어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화려하고 난해한 낱말 대신 소박하고 허식이 없는 어휘들을 비유와 은유를 통해 구사한 언어의 마술사였다. 오늘날 고등학교 졸업자들이 알고 있는 6만 단어보다 적은 2만 5000여 단어로 37편의 천고불후의 희곡을 썼다.

우리는 이처럼 어렵고 현학적인 단어보다는 쉽고 간결한 단어를 선택하여 대중과 소통하려는 유명 인사들의 언어 사용법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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