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처벌론 공직비리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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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청렴도 평가에서 제주특별자치도는 매년 바닥권을 맴돈다. ‘청렴도 꼴찌권’의 불명예를 수년째 벗어나지 못하면서 어느새 단골이 돼 버린 것이다. 그 사이 제주도정은 부정과 비리 행위에 대해 일벌백계하겠다는 방침을 수차례 공언해 왔다. 원희룡 도정 역시 그렇다.

하지만 매번 그때 뿐이다. 잊을만 하면 공직 비리가 터져 나와 도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어서다. 그러니 청렴도 하위권을 탈피할 리 만무하다. 한데 그럴 수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비리 공무원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게 바로 그거다. 이른바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제주도감사위원회가 제주도와 2개 행정시의 징계요구 처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에서 분명히 확인된다. 지난해 징계처분 대상자 83명 가운데 18명이 감사위의 요구보다 낮은 징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중 18명은 감경 대상이 아닌 데도 감경 처분을 받았다.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다. 관련 징계 규정과 규칙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현행 지방공무원 징계 및 소청 규정과 제주도 지방공무원 징계 양정에 관한 규칙은 도지사 이상 훈격의 표창을 받은 공적이 있는 경우나 업무를 적극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과실에 의한 것으로 인정될 경우에 한해 징계양정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인사위원회의 의결이 가볍다고 인정될 때만 재심사 청구를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제주도와 제주시는 이를 무시하고 그대로 감경 처분했다고 한다. 예컨대 2억원대의 상습 도박을 했던 공무원은 ‘감봉 1월’의 경징계 처분을 받았다. 단란주점에 소란을 피운 공무원에겐 ‘견책’ 처분이 내려졌고, 옛 동료직원을 성추행한 공무원은 ‘불문경고’로 경감되기도 했다.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이런 식이니 공무원의 비리 척결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허탈감을 넘어 배신감이 느껴진다. 그간 입만 알면 강조해왔던 게 신상필벌이어서다. 마침 원 지사는 어제 비위 공무원의 징계 처분과 관련해 ‘무감경, 무관용’의 원칙을 천명했다. 앞으로 그 원칙이 제발 지켜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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