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물을 지키는 일
제주의 물을 지키는 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박영희. 수필가

밤새 돌풍을 동반한 비가 내렸다. 자연에 의지해 농사를 짓는 농부들에게는 단비가 되고 가뭄에 시달리는 전국 곳곳에 감로수였길 빌어 본다.

몇 년 사이 일부 서해 지방을 비롯해 중부, 강원도 산악지대에 극심한 물 부족 현상이 일고 있다. 우리 국토가 노화되고 있는 현주소다.

여름철 강수량이 적은 데다 겨울에도 눈이 귀해 봄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그동안 다목적댐 여러 곳이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심각했었다. 농번기를 앞두고 일부 댐은 정상 수위를 회복하려면 많은 비가 내려야 해소될 것이란다.

충남 서쪽지역은 올해도 농사짓기 힘들 거라며 농민들은 시름이 깊다. 여차하면 먹는 물조차 걱정을 해야 할 현실이 가까이 와 있을지도 모른다.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는 이미 우리나라를 물 부족 국가로 분류했다. 급격한 지구온난화에 따른 환경의 변화, 엘니뇨현상으로 앞으로의 자연재해는 더 심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좁은 국토의 65%가 산악지대로, 표토층이 얇아 빗물을 흡수해 땅속으로 스며드는 양이 적다고 한다. 필요할 때 필요한 곳에서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고갈이 된다면 재앙이다.

앞으로 4대강 사업이 메말라 가는 국토를 적시는 젖줄로 어떻게 자리매김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환경단체나 각계의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생태계의 변화는 시간이 지나면 나름 회복되는 것이 아닐까. 성급히 단정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금강 공주보(褓)에서 가뭄지역에 물을 대기 위한 수로 공사를 보면 답이 보인다.

한강은 서울 시민은 물론 위성도시의 젖줄이자, 우리 국토의 대동맥이나 다름이 없다. 한데, 한강으로 흘러드는 탄천이 오랜 가뭄으로 썩어가고 있었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커먼 이끼가 가라앉아 물고기는커녕, 날이 더워지면 악취가 풍기지 않을까 우려될 지경이었다. 물기 없는 메마른 산과 공원 잔디는 한창 새싹이 움터야 할 시기에, 생육시기를 놓치고 있는 걸 보며 제주를 떠올렸다. 제주는 물 걱정 안 해도 될까 하고.

강우량이 풍부한 섬 제주. 몇 군데 조성된 빗물 저류지 시설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화산섬으로 비가 오면 금방 지하로 흡수되는 토양이다. 주로 장맛철인 여름에 집중적으로 겪는 태풍은 많은 비를 몰고 온다. 2007년의 악몽 태풍 나리는 제주에 끔직한 피해를 남겼다. 앞으로 예측할 수 없는 급격한 기후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제주에 영향을 줄지. 안심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점에 빗물 저류 시설을 어떻게 이용하고 관리할 것인지. 관계 기관의 다각적인 정책이 궁금하다. 태풍을 동반한 호우로 인한 저지대의 홍수 피해는 물론, 가뭄 시 농업용수나 생활용수로 활용하면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를 조금이나마 덜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일시적인 빗물 가두기에만 그쳐선 의미가 없다.

더구나 급격한 인구증가로 인한 물 부족 현상은 남의 일이 아니다.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벌써 동쪽 카페촌은 물 걱정를 한다는 소식이다. 무분별한 중산간 개발에 의한 지하수 고갈과 오염은 벌써부터 우려해 오던 일이다. 물을 아끼지 않고 쓰는 걸 보면 돈 보다 물이 더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강도 없고 건천인 화산섬. 지하수를 퍼 올려 먹고 살아야 할 미래에 물 관리는 제주를 지키는 핵심 과제다. 지하수는 제주의 보물이요, 생명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