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세훈 서귀포시민책읽기위원회 위원(사진 왼쪽)과 금다화 작가가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에 대한 독서 대담을 하고 있다.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는 서귀포시지역 독서문화 활성화와 대중화를 위해 매해 다양한 경로를 통해 31권의 책을 선정하고 매달 다양한 직업군의 시민들을 만나 독서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제주新보는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가진 새롭고 색다른 시각을 통해 시민들이 책에 대한 흥미를 갖는 계기를 제공하기 위해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의 독서대담을 지상중계한다.【편집자 주】

 

▲책 소개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는 태국의 승려 아잔 브라흐마가 태국의 고승 밑에서 수도하고, 포교하면서 깨달은 이야기. 108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로 정리했는데, 인간이 일상에서 접하는 두려움과 고통, 분노와 용서, 행복과 불행을 어떻게 바라보고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을지를 함께 생각한다. 인간의 마음은 본시 평화로운데 감정이나 기분을 따라가기 때문에 동요한다고 설파한다.

 

▲대담자
금다화: 화가. 5년 전 제주에 정착. 현재 송악산 부근에서 ‘제주다운 것’을 찾아 감동을 줄 그림을 격렬하게 그리고 있다. 바닷바람과 파도, 돌, 도로를 매일 맞으면서 색다른 시각으로 제주를 시각화한다. 식당을 겸하면서 제주를 사랑하고 인생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고세훈: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 은퇴한 뒤 3년 전에 제주에 정착, 즐겁게 살고 있다. 아이 어른들과 글쓰기, 책 읽기, 기자 교실 등을 함께 연구한다. 제주가 가진 콘텐츠와 치유의 힘을 함께 누리기를 희망하며, 제주가 진정한 세계 평화의 섬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힘을 보태려 한다.   


▲ 행복과 고통, 분노, 108가지 이야기에 답 있다

일제는 2차대전, 패색이 짙어지면서도 제주도를 최후의 방어선으로 삼고 제주 곳곳에 전쟁의 흔적을 남겨 놓았다. 전흔은 안덕면 사계리의 아름다운 섬인 형제섬에도 아로새겨 있다. 일제가 도주하면서 남은 탄약을 소비할 목적으로 아름다운 형제섬을 타깃 삼아 사격을 했다고 한다. 형제섬의 아픔은 그 뒤 4·3, 6.25 등 현대사의 큰 파도로 이어졌고, 제주 섬은 형언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다.


욕망의 시대. 붉게 타오르는 욕망에 덴 적이 있는가? 분노로 타오르는 연기에 질식한 적이 있는가? 이 모두 마음을 내려놓는 작업을 필요로 한다. 현대인은 욕망과 분노에서 자유롭지 않다. 따라서 태국의 승려 아잔 브라흐마가 쓴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의 108가지 사례에서 건질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형제섬이 잡힐 듯 보이는 사계리 바닷가에서 대화를 시작했다.

 

고세훈(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 이하 ‘고’): 책을 읽고 난 뒤의 느낌이 어땠습니까?


금다화(화가, 이하 ‘금’):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이하 ‘길들이기’)는 언제나 가까이 두고 저를 돌아보고 싶을 때마다 읽고 싶어집니다. 특히 남을 배려하지 않고, 욕심을 부렸다고 느꼈을 때마다 다시 펼쳐보면서 평정심을 유지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고: 금 화백이 그린 ‘산방산’은 붉은 색으로 표현한 작품이 많습니다. 욕망이나 에너지를 표현했다고 하셨죠.


금: 아마 산방산을 붉은색으로만 칠한 그림은 제가 처음이 아닐까 합니다. 어느 날 새벽녘에 산방산을 보았을 때의 느낌을 그린 것인데, 산방산이 엄청난 에너지 덩어리로 보였습니다. 현대인은 산방산처럼 강력한 욕망의 불구덩이를 지고 사는 것 같습니다. 자연의 에너지 덩어리는 나쁜 의도가 없이 자연스럽지만, 인간의 욕망 덩어리는 자신과 주변을 다치게 하지요.

 

고: 화가로서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금: 그림을 욕심으로만 그렸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흘러가는 대로 바라보는 방법을 알면서 달라지게 됐어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또 사람의 내면을 알게 됐습니다. 작가의 스승이신 아잔 차는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놓아두라. 그러면 마음은 어떤 환경에서도 고요해질 것이다. 숲 속의 맑은 연못처럼. 온갖 놀랍고 희귀한 짐승들이 물을 마시러 그 연못으로 올 것이며 그대는 모든 존재의 본성을 뚜렷이 볼 것이다.(187쪽)”라고 말했습니다. 제 그림도, 제 마음이 연못처럼 맑아져야 모든 존재의 본성을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고: 금 화백은 독특하게 송악산 유원지에서 식당을 하고 있습니다. 마음을 다친 사람들을 종종 만나시지요?


금: 올레를 걷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들 등 다양한 이들을 만납니다. 그런데 해안가를 걷는 분 중 죽음을 생각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후배들에게 치여서, 왕따를 당해서, 가난으로 삶이 고달파서, 몸이 아파서 등등 이유인데,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에 ‘올레나 한번 걸어보자’ 하는 심정으로 오는 사람들이지요. 그런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따뜻한 이야기 한번 해주는 배려로도 큰 위안과 극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고: 사례를 소개해 주시죠.


금: 시인이며 신문사에서 근무한 분이었는데, 후배들에게 밀려 사표를 냈어요.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만났는데, 우리 집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지요. 매우 낙담한 상태였어요. 가시는 뒷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올레길 힘들지만 좋은 시 기다립니다.”라는 문자를 드렸죠. 몇 달 뒤 시집을 들고 나타나셨어요. 올레 전체를 한 번에 돌고, 올레 코스마다 시를 쓰셨어요. 저도 그분의 출판기념회에 갔다 왔습니다.

 

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내면을 아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만, 화가와 식당을 운영하는 것은 버겁지 않습니까?


금: 유화 물감과 씨름하다가 식당 일을 하면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또 갤러리를 따로 두지 않아도 사람들이 오셔서 작품을 감상하게 되지요. ‘길들이기’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철야를 한 신참 승려에게 주지가 승복 여러 벌을 빨래하도록 명령합니다. 신참은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불합리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불합리한 일을 한다는 생각 자체가 힘든 것이지 빨래 자체는 별로 힘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저도 식당 일이 힘들고 지친다는 생각을 하면 아마도 계속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손님 한 분 한 분을 배려하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지요.

 

고: 생활에 밀접하게 적용할 수 있는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하면 좋겠습니까?


금: 학부모들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맞벌이로 피곤한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는 일이 많은데, 아이들의 장점 중 10%만 제대로 인정해도 애들에게 잔소리할 일이 없을 것 같아요. ‘길들이기’엔 잘 쌓은 벽돌 98장보다 실수로 잘못 쌓은 2장의 벽돌에 마음 쓰고 고민했던 사례가 나옵니다. 잘 쌓은, 긍정적인 98장의 벽돌을 위주로 보려고 노력하면 자식에 대한 욕망과 갈등이 많이 줄어들 것 같아요.

 

고: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까?


금: 제 삶이 자연스럽게 제주로 인도했습니다. 제주에 살고 있으니 제주의 상징과 같은 작품을 그리고 싶어요. 이곳은 자연과 사람들 모두 변화가 크고 대비가 심한 곳인 것 같아요. 아파야 건강함의 행복을 알 수 있듯이, 고통과 행복은 다른 것이 아니지요.(47쪽) 인생의 강약을 작품에 담아 감동적인 작품을 그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