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건강은 제주 미래의 핵심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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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수의 섬 제주

진시황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만리장성도 있고, 분서갱유도 있지만, 의약계에 몸담고 있는 필자 입장에서는 ‘불로초’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늙지 않게 한다는 不老草. 최근 크게 각광받고 있는 이 항노화 산업이 실은, 몇 천년 전부터 시작돼왔다는 것인데. 과연 불로초는 실재하는가? 그것은 확실치 않지만, 불로초와 관련돼 확실한 것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기 위해 자신의 부하들을 대거 급파한 장소 중 하나가 바로 제주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제주는 장수의 섬이라 불리웠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기술하기를 “제주에는 오래 사는 사람이 많다. 질병이 적어서 일찍 죽는 사람이 없고, 나이 팔구십에 이르는 사람이 많다”라고 했다.

근대의 수명 연장의 이유가 의료보다 위생과 영양인 것을 놓고 보면 제주의 장수의 비결은 청정한 자연환경, 그중에서도 특히 깨끗한 용천수였지 않았나 싶다. 일반적으로 오염된 식수는 위생 상태의 불량으로 이어져 온갖 질병의 온상이 됐다. 반면 전통적으로 제주도민들은 주로 용천수가 나오는 해안가를 따라 군락이 형성돼 있어 깨끗한 식수를 음용했음을 알 수 있다. 어쨌건 2010년까지의 인구통계로는 제주의 65세 노인인구 중 85세 이상을 차지하는 장수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장수섬을 무색케하는 불편한 통계가 청정지역 제주도의 한 켠에 자리잡고 있다. 비만율 1위, 아토피 발병률 1위, 치매 1위 등.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장수율 통계도 뒤바뀔 듯하다. 제주의 땅과 바다가 시나브로 오염되는가 싶더니 이제는 인체에까지 미쳐 다양한 질환군에서 전국최고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특히 성인만이 아니라 어린이인 경우도 전국 1위인 비만은 혈압, 당뇨, 고지혈증, 지방간 등 만성 대사성질환의 근본 원인이라는 점에서 건강에 미치는 문제점이 자못 심각하다.

이것은 비단 건강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불건강 상태는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지속적인 의료비 부담을 증가시킨다.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의료비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상회하고 있어 만성질환으로 인한 의료비 증가는 머지않은 미래 우리 가계에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러한 점을 놓고 볼 때 비만 등의 만성질환 발병률을 줄이고 건강하게 장수를 유지하는 것은 개인적 건강 차원을 떠난 제주도의 핵심적인 미래가치로 설정해 개선해나가야 할 사안이다.

이러한 질병들에 대한 제주도적인 특수한 원인을 찾아 그 실질적인 개선효과를 보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비만 등을 치료하는 것은 앞서 언급했듯 건강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경제적 자산을 남겨주는 셈이다. 그렇잖아도 부동산의 급격한 상승으로 후대에게 커다란 짐을 지운 우리세대로서는 사명감을 가지고 해결해야 할 최우선의 과제라고 말하고 싶다.

다행히 제주에는 1800여 가지 식물자원과 800여 가지 약용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제주의 해안에서부터 산간까지 다양한 풍토에 자라는 이 청정한 약초를 활용, 상품화한다면 도민의 비만 등의 건강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그 해결을 통해 진시황이 찾았던 명실상부한 불로초의 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청정 자연을 보존하고 제주의 가치를 살리면서 후세에게는 지속 성장 가능한 먹거리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스처럼 제주가 장수지역으로 인식된다면, 그리스의 올리브와 같이 제주의 다양한 전통 식재료들이 각광받을 수도 있고, 관광 산업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답은 항상 가까이 있게 마련이다. 우리 제주가 품고 있는 건강의 적신호, 그 대안 또한 우리 안에 있다. 요컨대 도민의 건강은 제주 미래의 핵심 가치이고, 제주의 자생 한약재를 잘 활용한다면 이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경제적 신성장 동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송상열 한의사는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 출신이며, 고려대 한문학과와 세명대 한의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경희대 한의과 대학원을 졸업하며 한의학 박사를 취득했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대구 가톨릭대학교 약학부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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