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지의 비극
공유지의 비극
  • 제주신보
  • 승인 2016.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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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 사회2부부장대우
한 목초지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유지다. 마을 사람들은 처음엔 소 한 마리씩만 방목하기로 했다. 소 한 마리를 팔고나니 짭짤했다. 다음엔 너도나도 많은 소를 풀어놨다.

마침내 계산하는 날이 왔다. 그런데 눈앞의 현실에 기겁했다. 과도한 방목으로 목초지에 있던 풀이 사라졌고 모든 소들은 굶어 죽어버렸다.

이 이론은 1968년 사이언스지에 실렸던 미국의 생물학자 하딘의 논문에 나온 ‘공유지의 비극’이다. 사람들의 이기심은 결국 공동체를 파국으로 몰고 간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쉽게 말해 ‘남 배불리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심리가 저변에 깔려있다.

48년 전에 제시했던 비극이 제주에서 재현되고 있다.

제주시 조천읍에 있는 동물테마파크는 제1호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됐다. 사업의 여의치 않아 제3자에게 매각됐다. 그러나 전체 부지 58만1000㎡ 가운데 42% 가량인 24만7800㎡는 옛 북제주군이 소유했던 공유지였다. 성산포해양관광단지 역시 사업자가 사들인 도유지 일부를 제3자에게 되팔아 버렸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10년 동안 투자 유치를 위해 개발 사업자에게 팔아버린 공유지는 882만㎡로 마라도 면적(30만㎡)의 29배가 넘는다. 이들은 공유지를 소유하면서 각종 세제 혜택도 받았다.

공유지 333만㎡가 포함된 A리조트는 2004년 ㎡당 3330원에 땅을 샀지만 지금은 4만4000원으로 13배나 뛰었다. 공유지 400만㎡을 사들인 B관광지는 ㎡당 6820원에서 현재 4만9000원으로 7배나 급등했다.

공유지 매각은 제주도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로 불길처럼 번졌다. 자원(공유지)은 한정됐지만 돈을 들고 오겠다는 투자자들이 줄을 섰다. 투자 유치는 도정의 공(功)의 됐고, 공무원들의 실적으로 평가 받았다.

앞서 미국의 하딘이 경고했던 개인의 사리사욕은 더는 막을 수 없게 됐다.

제주도는 만에 하나 개발 사업이 이행되지 않으면 공유지 소유권을 다시 넘겨받는 환매 특약이라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민법상 규정된 특약 유효 기간인 5년이 넘어서 안전장치였던 환매 특약은 지키지 않아도 되는 허명의 계약으로 전락했다.

이 뿐 만인가. 고용호 도의원(더불어민주당·서귀포시 성산읍)이 행정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귀포시 호근동의 한 공유지는 경기도에 사는 사람이 임대해 경작하고, 한경면의 한 공유지는 개인에게 임대돼 집 마당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공유재산인 공유지가 특정 개인의 정원, 펜션 부지, 진입로, 식당의 주차장 등으로 임대돼 사용되고 있었다.

비행기를 타고 와서 농사를 지어야 할 경기도민에게 공유지를 빌려주는 게 상식에 맞는지 모르겠다.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고 의원에게 제출한 공유재산 임대 현황을 보면 총 2430건 중 단 2건만 경쟁입찰로 임대됐다. 나머지 2428건(99.9%)은 모두 수의계약으로 공유지가 임대됐다.

요즘 태생부터 계급이 정해지고 빈부가 갈리는 ‘흙수저’, ‘은수저’, ‘금수저’가 유행이다. 그런데 입에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얘기는 삼가라고 한다. 한 평의 밭뙈기도 물려주지 못한 능력 없는 부모를 탓하지 말라는 말이다. 반면, 어떤 부모는 어디에 박혀있는지도 모를 공유지를 턱하니 수의계약으로 임대하는 뛰어난 수완을 발휘했다.

더구나 공유지를 헐값에 사들인 뛰어난 능력을 보유한 어떤 사업가는 이런 저린 이유로 온갖 세금은 감면받고 사업 기간만 연장해 시간을 벌고 있다. 싼 값에 사들인 공유지는 지금 대박이 났다. 말 그대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의 땅 장사를 하게 된 셈이다.

손자병법보다 앞서 나온 병법이 ‘삼십육계(三十六計)’라고 한다. 제31계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미인계고, 마지막 제36계는 도망가는 것이다. 그럼 공유지의 비극을 일으킨 장본인들이 선택할 삼십육계는 뭘까? 바로 ‘먹튀’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