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돗오름- 초록빛 '숲바다'를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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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누운 모습 닮아 아름 붙어..정상에선 비자나무 군락 한눈에
▲ 돗오름

5월이다. 꽃들이 만개하고 신록이 우거지는 5월이야말로 가족, 연인, 친구와 여행을 떠나기 안성맞춤이다. 계절의 여왕·가정의 달 모두 5월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닌가.


20도 안팎의 포근한 기온을 담은 계절, 청초에서 성숙으로 연두빛 소녀에서 초록 완숙한 미인으로 변해가는 오름으로 일상 탈출을 해보자.

 

정부는 지난 5월5일(어린이날) 다음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 주말까지 내리 연휴를 만듦으로써 국내 여행객들에게 훌쩍 떠나지 않고는 못 배길 시간을 제공했다. 이른바 황금 연휴를 맞아 관광객, 오름오르미, 동호회 등 많은 사람들이 오름 천국 구좌읍에 발자국을 남겼다.

 

제주시 번영로를 따라 구좌읍 송당리에 들어서면 송당초등학교에서 수산방향으로 약 700m 지점 3거리에서 세화 방면으로 약 2km 가다보면 왼쪽으로 돗오름 주차장 입구가 나온다. 집안 생활권에서 돗통시를 늘 함께 한 옛 제주 사람들이 ‘돼지가 누운 모습을 닮았다’ 해서 돗오름이라 불린다니 명칭의 유래 또한 남다르다. 한자로는 저악(猪岳), 비자림(榧子林)앞에 있어 비저오름이란 별칭도 있다.

 

돗오름은 오르는 입구부터 삼나무가 빼곡히 오름을 감싼다.


바로 앞 월랑봉(다랑쉬오름)과 비교하면 높다는 말이 쏙 들어갈 만큼 해발 284.2m의 비교적 완만하고 낮은 산체를 이룬다. 전체적으로는 어린이나 노약자도 부담없이 걸을 수 있다.


오르는 시간은 약 20여 분이 걸리지 않지만 방심은 금물, 10분 남짓한 초입 경사로가 만만찮다. 하지만 발걸음 내내 산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받아들이고 있노라면 심신이 정화되고 어느새 새소리·풀벌레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재단되지 않은 각종 꽃 향 나무향도 코에 진득하게 밴다. 자연과 생태계가 조화된 수풀림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이다.
 
숲 터널을 뚫고 나오면 오름 중반까지 왔다고 할 수 있다. 어느새 딴 세상이다.


오름 둘레길을 따라 사방을 시원하게 조망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려 45ha(450,000㎡)에 이르는 비자나무 대군락을 한눈에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함덕 서우봉 둘레길이 코발트 빛 바다로 가득하다면 돗오름 둘레는 신록의 푸르른 숲바다로 가득 차 있다. 거기다 제주 오름의 명물, 다랑쉬 오름의 자태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명당 중의 명당이다.

 

오름의 정상부는 풀밭과 억새지대로 마소의 방목장을 겸한다. 오름을 오르는 중간 중간 마소가 뚫어 놓은 길도 발견 할 수 있고, 운이 좋으면 말들이 평화롭게 풀 뜯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돗오름은 낮지만 풍만하고 사발그릇마냥 널찍한 분화구를 가졌다. 제주의 전형적인 원형 기생화산체다.


능선을 타고 한바퀴 휘돌다보면 남동사면에는 멀리 거미오름과 높은 오름이 북쪽으로는 둔지오름이 바로 옆 다랑쉬와 조금 떨어진 용눈이 오름, 날 좋은 날에는 바다방향으로 지미봉과 우도까지 볼 수 있어 동서남북이 색다르다.


정상을 도는 시간은 느린 걸음으로 20분이면 족하다. 탐방시설 또한 인위적이지 않게 식생 훼손을 최소화해 만들어졌기에 가까이 있는 들꽃하나 풀 한포기 냄새 맡으며 천천히 둘러보길 권한다.
내려오는 길은 소나무가 조림된 등하산길로 발길을 잡아도 된다.


혼자라서 좋을 때도 있지만 돗오름은 가족과 함께 오기를 추천한다. 정상에서 만나는 우뚝 우뚝 솟은 오름들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이 꼭 가족 같아서다. 유독 동부권의 오름들이 모지, 손지, 아부 등 가족 구성원의 이름이 많은 것도 사실상 제주의 모든 오름들이 한라산의 아들 딸이기 때문 아니겠나.

 

▲ 비자림 뒤로 보이는 다랑쉬오름

▲비자림


천연기념물 제 374호로 지정·보호되고 있는 비자림은 돗오름 서남쪽 방향으로 뻗어있는 약 450,000㎡의 비자나무 군락지다. 그 크기와 규모에 걸맞게 제주의 허파라고 불리고 있으며 예전에는 호랑이가 살았었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웅장하고 숲의 깊이가 깊다.


비자나무 열매는 예부터 구충제로서의 효능이 인정돼 중요한 조공물로 채택돼 왕실의 관리를 받았다. 숲의 가장자리에는 천년고목이라 불리는 비자나무가 있는데 수령이 820년 이상이다. 탐방코스는 40여분 단거리와 1시간 20여분 장거리 두가지로 나뉜다.


탐방길에서 만나는 비자나무 본연의 자태가 수려해 영화·드라마 촬영지로도 애용되는 장소다.


특히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는 셀프웨딩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정선애 기자  dodojsa@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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