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반대가 님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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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논설위원
때는 바야흐로 1987년 3월, 미국 화물선 ‘모브로 4000호’는 뉴욕 근교의 작은 도시인 아이슬립을 출항했다. 배엔 주민들이 배출한 쓰레기 3000여 t이 실려 있었다. 쓰레기 버릴 곳이 마땅치 않자, 이를 받아줄 곳을 찾아 무작정 항해에 나섰던 것이다. 그야말로 ‘궁여지책’이었던 셈이다.

한데 플로리다, 미시시피, 텍사스 등 남부 6개주를 전전했으나 어디서도 받아주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남미로 방향을 돌려 멕시코, 벨리즈, 바하마까지 갔지만 거기서도 모두 ‘No’라는 차가운 대답을 들었다. 결국 쓰레기는 6개월간 6개주 3개국, 6000마일을 떠도는 항해 끝에 아이슬립으로 되돌아왔다.

▲‘님비’(NIMBY)란 조어가 생긴 건 이때였다. ‘우리 뒷마당에는 안 된다’는 의미를 가진 ‘Not In My Back Yard’의 첫 글자를 딴 표현이다. 그 이후 님비는 전 세계 곳곳의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물론 제주지역도 포함된다. 특히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님비는 집단이기주의 일종으로, 자기중심적 공공정신 결핍증상을 말한다. 공공목적의 혐오ㆍ기피 시설 등의 설치를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의 행동을 나타날 때 쓰이는 용어다. 쓰레기 매립장, 화장장, 하수처리장, 정신병원, 장례식장 등의 장소를 주민들의 반대로 찾지 못하는 게 그 사례다.

▲요즘 제주 제2공항 예정지로 결정된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신산리, 난산리 등 지역주민들이 단단히 뿔이 나있다. 이유는 지난 13일 제주도청에서 비공개로 열린 제주공항 인프라확충 정책자문위원회 회의에서 서울 소재 모 대학 교수가 제2공항 갈등의 성격을 전형적인 님비현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급기야 엊그제 온평리 주민들은 도청을 항의 방문했다. 주민들은 항의문에서 “제2공항 예정지 발표로 생존권에 심각한 위협이 가해지고 있지만 도정은 해당 자문위원을 통해 ‘님비현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에 제주도 관계자는 “발표 내용의 일부분만 언론에 보도되면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해명했다.

▲제2공항 건설은 제주사회의 오랜 숙원이자 최대 현안 문제다. 그럼에도 사업 추진이 순조롭지 못하다. ‘절차적 정의’가 무시되면서 지역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힌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관계 당국이 주민들의 행위를 님비나 보상을 더 받으려는 행동으로 몰아간다면 당사자들은 심한 모욕감과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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