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모라토리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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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과거시험의 경쟁률이 2000 대 1에 달했다는 분석이 있다.

 

보통 33명을 뽑는데 평균 6만3000명이 응시했다는 내용이다.

 

조선의 기록문화를 감안할 때 영 터무니없는 숫자만은 아닐 것이다.

 

정조 때는 11만명이 응시했다는 기록도 있다.

 

전근대 농경사회에서 공개채용 일자리가 과거 외엔 딱히 있을 리도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

 

케케묵은 왕조시대와 현대국가의 일자리를 동일시 할 수야 없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어도 쉽게 변하지 않는 속성은 있다.

 

예나 지금이나 경쟁이 덜하고 정년 보장도 탄탄한 좋은 일자리를 선호한다는 거다.

 

그런 면에서 짤릴 위험이 거의 없는 공공부문과 연봉 좋은 대기업을 따라갈 자리가 없다.

 

하지만 누구나 좋아하는 자리가 그리 넉넉지 않다는 게 우리 사회의 큰 근심거리다.

 

▲취업난 때문에 졸업을 미루는 ‘NG(no graduation·졸업유예)족’이 적지 않다는 소식이다.

 

이른바 대학마다 ‘캠퍼스 모라토리엄’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게다.

 

제주대학교의 경우 지난해 졸업유예를 선택한 학생은 151명.

 

나아가 최근 5년간 졸업유예를 신청한 이는 총 800명에 육박한다.

 

일반적인 이유는 ‘부족한 스펙을 쌓기 위해’ ‘막연한 불안감 때문’ 등일 터다.

 

하지만 그 뒤엔 취업난에 허덕이는 대학생들의 슬픈 자화상이 엿보인다.

 

거기다 졸업유예가 아니라 ‘인생유예’가 될지 모른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지만, 등록금이 없거나 싼 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스웨덴 독일 등 복지천국이라는 나라에서도 이런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니 참 아이러니다.

 

그들은 졸업 유예자들로 넘치는 대학 캠퍼스를 ‘실업자 공원’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네 손으로 장작을 패라. 이중으로 따뜻해진다’고 했지만 그러지 못할 땐 어찌해야 하나.

 

이 역시 팰 장작이 있고, 장작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 때 맞는 말이다.

 

그건 2세를 교육시킬 힘, 노력에 대한 보상, 꿈을 실현할 기회가 있다는 걸 뜻한다.

 

사실 캠퍼스 모라토리엄이니 늑장졸업족이니 하는 말은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다.

 

문제의 핵심은 일자리다.

 

기업과 대학, 정부가 힘을 모아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숙제다.

 

한편으론 구직의 눈높이를 조금 낮추어 세상과 보조를 함께 하는 건 어떨까.

 

젊고, 홀몸이기에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라도 찾을 수 있다.

 

무릇 일할 기회를 늘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분배는 없다.

 

함성중 미디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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