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거품이 되었나
물거품이 되었나
  • 부영주
  • 승인 2003.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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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정부에서 국민의 정부가 되더니 이제 ‘참여정부’가 개막했다.
그렇고 보면 요즘들어 세월의 빠름을 실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흔히 세월을 유수(流水)같다고 하지만 사람의 삶은 그처럼 흐르는 물처럼 살고 가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예부터 선비들은 군자의 품성을 물에 비유해 왔다.
노자(老子)는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 하고 ‘물은 만물에 혜택을 주지만 스스로를 내세워 만물과 싸우려 하지 않는다. 이뿐만 아니라 모두가 싫어하는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만 찾아 흐르니 도(道)가 있다’고 했다.

어느 날 공자(孔子)는 물가에 앉아 제자들에게 말했다.
“물은 백길 벼랑도 두려워 않고 흘러 내리니 용기가 있고, 아무리 옹색한 곳에라도 침투하니 통찰력이 있으며, 지상의 더러운 것을 씻어버리니 감화력이 있다. 그래서 군자는 흐르는 물을 바라보길 좋아하는 것이다.”

시자(尸子)는 수유사덕(水有四德)이라 하여 물에는 네 가지 덕이 있으니 물은 만물에 삶을 주어 인(仁)이 있고 더러움을 씻어버리니 의(義)가 있으며 유(柔)하면서 강(强)하니 용(勇)이 있고 솟아도 차질 않으니 지(智)가 있다고 했다.

이렇게 물을 좋은 이미지로 바라본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나쁜 이미지로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다.

간에 붙었다가 쓸개에 붙었다가 하는 사람을 ‘물과 같다’고 하는 것도 그런 것이다.

물은 물길을 동(東)으로 트면 동으로 흐르고 서(西)로 트면 서로 흐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물은 주견이나 줏대도 없는 사람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 한 예로 회남자(淮南子)는 맛도 없고 개성이 없는 상황을 물에 물 탄 듯하다고 이수화수(以水和水)라 표현했다.

우리말에 ‘물 먹었다’는 말이 있는데 이 또한 나쁜 이미지로 사용한 용례다.

어떤 기대를 했다가 이루지 못했음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제주속담에 ‘물도 싸민 여흘이 난다(물도 써면 여가 드러난다)’는 말처럼 시시각각 달라지는 ‘변인(變因)’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부정적인 ‘물’의 이미지는 아마도 ‘물거품’일 것이다.
인생무상이나 허망을 말하는 이 물거품이란 말은 물의 거품이 어떠하길래 그렇게 이미지가 되었나 기가 찰 노릇이다.

세월의 물처럼 흐르는 요즘 국민의 정부 업적도 물거품이 되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어제 시대를 뒤로한 국민의 정부는 과오도 많았지만 역사에 기록될 많은 업적도 쌓았다.

이제 그 평가는 역사가의 몫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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