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調絃病)과 인권(人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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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편집부국장
최근 서울 강남역에서 ‘묻지마 살인사건’이 발생해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특히 경찰이 ‘조현병(調絃病·정신분열증)을 앓는 환자의 망상이 부른 참극’이라고 결론을 지으면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는 의료기관에 입원 조치를 적극 요청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가 모든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흉기를 소지하거나 다른 사람을 지속적으로 폭행·협박하는 등 명백하고 긴급성이 인정되는’ 정신질환자에 한해 보충적으로 정신병원 응급입원 요청 등 조치를 취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경찰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은 “경찰의 대책 발표 후 상당수 국민이 정신장애인을 위험한 존재, 격리의 대상으로 예단해 이들을 향한 편견과 선입견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의 뜻을 표했다.

이 위원장은 “사건 발생 후 온라인에서는 정신장애인 비하를 조장하는 혐오 표현이 확산되고, 여성 혐오 논란 등 그 범위와 대상이 확대되면서 이로 인한 심각한 사회적 갈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경찰의 우려대로 정신질환자는 위험한 사람이고, 조현병은 범죄를 일으킬 만큼 위협적인 것일까.

전문가들은 조현병은 치료가 까다롭기는 하지만 모든 조현병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내모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또 이들을 사회적으로 격리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정신질환자들의 범죄 빈도는 일반인에 비해 훨씬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물리적 형태의 공격성을 드러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조기 치료로 충분히 예방하고 개선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경찰이 강조한 것과는 달리 조현병 환자들이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처럼 언제나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2014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조현병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10만400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현병 환자 수가 실제로는 더 많고 실제로는 50만명에 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조기 진단과 치료가 이뤄진다면 별다른 장애 없이 사회로 복귀가 가능하다.

이번 사건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로 인해 조현병 환자를 사이코패스가 저지르는 묻지마 살인자처럼 다룬다면 이 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환자들은 더욱 어둠 속으로 숨어 적극적으로 치료받기 힘들어진다.

조현병 환자의 사회 복귀를 위해서는 질환에 문제를 둘 것이 아니라 약물관리나 사례관리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단순히 정신질환자를 더 많이 감금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 사회는 심각한 인권침해가 지속적으로 보고될 만큼 정신질환자를 감금하는 사회다.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사회복지를 강화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존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사회 구성원 모두가 나서야 하는데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조현병은 적절한 약물 치료를 비롯한 조기 치료로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는 질환이다.

이 때문에 안전한 사회를 조성한다며 정신질환자를 강제 입원하는 식의 강경일변도 자세는 옳은 방향이 아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참혹한 사건의 원인과 이를 방지할 대책 마련에 논의의 초점이 모아져야지 논의의 방향이 정신장애인을 향한 편견을 키우는 쪽으로 기우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럽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확산과 인권 침해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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