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진성 자꾸 허물어져 13세 소녀 제물로 바쳐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진성 동성(東城)의 한 부분에는 진안할망 당이 있다.
수산진성을 쌓을 때 일이다. 애써 쌓은 성이 자꾸 무너져 내리면서 작업이 쉽지 않았다. 지나가던 승려가 열세 살 원숭이띠 소녀를 산채로 묻으면 성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그 말대로 13세 어린 소녀를 묻은 후 성을 쌓았고 신기하게도 성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 후 소녀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당(堂)을 만들고 제사를 지내며 영혼을 위로했다. 진성 안에 모셔진 여신이라 해서 이름이 ‘진안할망’이 됐다.
축성작업은 백성들을 심하게 괴롭혔고, 성을 쌓는 데 얼마나 많은 고통이 있었는지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설화다. 그래서 에밀레종 설화와 같은 인신공양 설화가 제주에도 남게 됐다.
도민들의 어려움과 고통을 대변해줬던 진안할망 설화와는 무관하게 현재 이 당은 관운을 도와주는 영험이 있다고 알려졌다.
입시철만 되면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소녀의 원귀가 어쩌다가 입시의 신(神)으로 바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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