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 깊게 팬 농부와 우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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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경제부장

얼마전 올해 산 마늘 첫 수매 현장인 서귀포시 대정읍 대정농협 유통센터를 찾았다.

올해 산 마늘의 농협 수매가격은 ㎏당 4200원으로 지난해 2500원에 비해 68%나 높은 사상 최고 가격이다.

이처럼 올해 산 마늘이 사상 유래 없이 높은 가격이 형성되면서 농민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수매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마늘 가격이 높게 형성돼 기분은 좋지만 이구동성으로 일손 부족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나이 든 농민들은 마늘 심기에서부터 수확에까지 일손 부족으로 겪는 어려움은 다른 젊은 농민들에 비해 더 심했다.

높은 가격에도 웃을 수 만은 없는, 주름 깊게 팬 농부들의 얼굴을 보면서 문득 ‘우분트(UBUNTU)’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우분트는 아프리카 반투족 말로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I am because you are)” 라는 뜻이다.

한 인류학자가 아프리카 반투족 아이들에게 게임을 제안했다.

그는 멀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놓은 후 먼저 도착한 사람이 먹을 수 있다는 규칙을 알려주고 ‘시작’을 외쳤다.

그런데 아이들은 혼자 음식을 자치하려고 경쟁적으로 달려가지 않고 함께 손을 잡고 뛰어가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그 인류학자는 물었다. “한 사람이 먼저 가면 모두 차지할 수 있는데 왜 함께 뛰어갔지?”

그러자 아이들은 “우분트(UBUNTU)”라고 외치며 “다른 사람이 모두 슬픈데 어째서 한 명만 행복해질 수 있나요?”라고 대답했다.

무한 경쟁시대, 이기주의가 팽배한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한번쯤 주위를 둘러 보게 하는 말이다.

제주사회, 더 나아가 한국사회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의 비극을 딛고 짧은 기간에 지금처럼 발전된 모습을 갖추기 까지는 주름 깊게 패인 농부들의 피와 땀이 그 밑거름이 됐다.

한국전이 끝난 폐허 위에서 우리네 부모들은 제대로 입지도 먹지도 못하면서도 자식만큼은 배워야 한다며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밭에서 흙과 씨름했다.

이렇게 한국 경제의 든든한 밑거름이었던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가 사회의 급격한 산업화 속에 젊은층의 이농현상과 농촌 고령화로 우리들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제주지역 농촌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제주지역 2014년 농가인구 고령화율(65세 이상 인구/총인구의 백분율)은 23.8%로, 4년 전인 2010년 20.5%에 비해 3.3%포인트나 증가했다.

2014년 제주지역 농가 3만8444가구 중 농가 경영주가 70세 이상이 26.5%(1만189가구)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50대가 26.5%(1만112가구), 60대가 26.0%(1만9가구)로 나타났는데, 2010년에 비해 40대 미만, 40대 등 젊은층은 줄어든 반면 70세 이상은 증가했다.

이 가구 중 세대원 수가 1~2인 세대 농가가 전체의 50.8%를 차지, 홀몸 또는 노부부끼리 어렵사리 농사를 짓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마늘 가격이 아무리 좋아도 고령에다, 가족들도 없으니 농사를 도와줄 인력이 없어 마냥 좋아할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다.

다행히 농협 제주본부에서 일손지원창구를 마련하는 한편 각 지역농협과 농협조직, 군부대 장병, 대학생들이 일손이 부족한 농촌 현장으로 달려가 농사일을 도운 것이 농촌에는 큰 힘이 됐다. 한때 한국사회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우리 농촌의 어르신들을 위한 정부의 다양한 복지정책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모두가 함께했을 때 더 행복감을 느끼듯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 농촌 노인들에 대한 사랑과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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