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통한 제주의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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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제주펜클럽 회장
     
 

세계 여러 나라에서 문인들이 창작하는 문학작품 속에는 향토성이 녹아있고, 그 향토성이 고유의 것이기에 세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 문학인들도 제주의 향토성을 소재로 하여 글을 쓴다. 그러나 향토성에만 안주하면 창작력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

제주는 섬이기에 폐쇄적인 환경을 가지고 있지만 해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 그래서 제주펜클럽에서는 4년 전부터 ‘문학을 통한 제주의 세계화’라는 주제로 ‘섬’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외국 문학인들과 국제교류를 통해 창작의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올해 제주펜클럽은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지원을 받아 중국 해남성 작가협회와 국제교류활동의 시간을 가졌다. 2015년 제주도와 하이난성은 한중 인문교류 테마도시로 선정됐다. 이에 발맞추어 제주펜클럽도 하이난성 작가협회 회원들과 문학을 통해 상호 이해하고 교류하기 위해 지난 5월 25일 하이난성을 방문했다.

하이난성 작가협회 회원들과의 문학교류의 장은 매우 뜻 깊은 행사였다. 양국 문인들이 상대방의 시를 낭독한 문학의 밤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번역한 양국의 문학작품들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동안 두 나라의 문인들이 마음을 하나로 묶어주었고, 감정을 넣어 열정적으로 읽은 시는 아름다운 매개체였다. 하이난성 방송을 통해 전파를 탄 우리들의 방문과 문학교류가 하이난성 주민들에게 홍보되었음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조선시대에 제주도에 많은 관리와 문인들이 유배를 왔듯이 해남도 역시 유배객들이 가는 섬이었다.

하이난성 유배객 중에 가장 유명한 문인은 소동파였다. 우리는 버스로 네 시간을 달려 동파촌에 있는 동파서원을 찾았다.

소동파의 본명은 소식 자는 자첨 동파는 그의 호로 동파거사에서 따온 별칭이다. 아버지 소순, 동생 소철과 함께 ‘3소’라고 일컬어지며, 이들은 모두 당송 8대가에 속한다. 동파서원에서 만난 동파는 낙천적인 성격으로 황주, 혜주, 하이난의 유배지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늘 긍정적으로 업무를 처리했고, 명문장을 남긴 위대한 문장가로, 제자를 길러내어 추사 김정희에게 영향을 끼쳤다.

해남도는 일제의 점령지이기도 했다. 일본은 해남도를 지배하고 군인들을 수송하기 위하여 도로를 만들고, 철도를 개설하는 과정에 조선인들이 징용됐다. 조선반도와 만주에서 온 이들은 쇠사슬에 묶여 도망도 가지 못한 채 중노동에 시달리다 대부분 죽어 묻혔거나 일황의 항복 선언 후 1200여명을 일시에 죽여 묻어버린 천인 갱이 있었다. 산야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기양진의 한적한 골목길로 한참을 들어가자 중국인 공동묘지의 한쪽에 신우농업개발유한공사에서 기념비를 세워 천인갱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조선촌이라고 불렸다는 삼라촌에서 천인갱을 마주하고서니 힘든 노동으로 시달리다 죽은 영혼들의 원성이 들리는 듯했다. 향을 사르고 한 회원이 읽는 비문을 들으며 우리 모두 가슴이 먹먹해져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묘지 터에는 건드리면 잎을 늘어뜨리며 잎을 접는 미모사들이 가득 피어나 우리의 가슴을 움츠리게 했다. 아니 노무자의 영혼들이 우리를 보며 잊지말아달라고 두 손을 모으는 듯했다.

하이난성에서 얻은 깨달음과 아픔, 감동은 문학작품으로 승화되리라 믿으며 국제교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달은 귀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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